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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27일 오전 6시30분. 전날 서울시 초유의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박원순 시장은 첫 일정을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시작했다. 박 시장은 수산시장 상인과 시민에게 "열심히 일하겠다"며 인사를 건네며 함께 셀카(셀프카메라)를 찍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출근수단도 고급 세단자동차가 아닌 지하철을 택했다. 공식 업무를 시작한 지 9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박 시장 특유의 파격행보는 이어진다.
꼭 492일만에 서울시 내부에 상상 조차 어려웠던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변화의 주역은 바로 '시민시장'이란 별칭을 얻은 박 시장이다. 스스로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행보를 보이면서 조직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서울 시민도 이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정작 서울시 공무원들은 대혼돈에 빠졌다. 당장 오랜 시간 이어온 관행의 틀과 변화의 물결 속에서 혼란을 겪는 모습이다. 취임식 행사만 해도 그렇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이달 초 세종문화회관 일정을 비워두고 시민의 희망사항 등을 담은 동영상 제작을 발주하는 등 발빠른 준비를 했다. 하지만 박 시장이 "의례적으로 어떤 장소에 어떤 사람들을 초청하는 틀에 박힌 취임식은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공무원들의 사전 준비가 무용지물이 될 판이다.
변화와 관행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안쓰러울 정도다. 그러나 변화는 기존 관행을 과감히 버리는 것에서 부터 시작된다. 이같은 변화는 또 도약으로 이어진다. 박 시장이 업무 시작과 동시에 파격행보를 보이며 기존 조직이 바뀔 것을 주문하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박 시장에서 비롯된 변화가 서울시 내부를 업그레이드 시켜 서울 시민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길 바란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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