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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도시재개발, 이제는 새롭게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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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수해와 이로 인한 산사태는 우리나라가 꽤나 심한 기후 변화의 시기에 들어섰다는 것으로 직접 몸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100년 강우 빈도라는 용어가 이제는 별 의미가 없게 될 만큼 지구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변하는 게 지구만은 아니다. 사람도 변하고 있다. 하나만 예를 들어 보자. 이제 전 세계 주요 도시의 대표적인 가족 유형은 1인 가구가 되어 가고 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생각도 하지 못한 일이다. 사람이 변하니 사회도 변하고, 사회가 변하니 자연히 도시재개발도 그동안의 관행을 뿌리치고 있다.

도시재개발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의 대규모 철거재개발이 아닌 소규모, 주민참여형 재개발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의 하나로 단독가구, 다가구 밀집 동네에 활기를 넣어주자는 목적을 갖고 추진되는 서울시의 휴먼타운 사업을 들 수 있다. 주민참여에 관련된 강연회, 토론회, 워크숍 등도 줄을 잇고 있다. 분명히 우리 도시재개발 경향에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도시재개발이 서서히 바뀔 조짐을 보이는 것은 몇 가지 원인에 뿌리를 두고 있다. 첫 번째는 아파트에 대한 상대적인 수요 감소이다.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증가의 정체,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1인 가구의 증가 등 인구구조의 변화와 개인 프라이버시 중시, 주5일근무제 실시에 따른 여가생활의 증가, 삶에서의 다양성 중시 등의 사회ㆍ문화적 변화로 인하여 기존의 중대형 평형 선호에서 소형 평형의 선호로, 또 아파트 일변도의 선호에서 다양한 주거유형을 찾는 쪽으로의 변화로 주거 형태를 선호하는 양상이 변화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기존 도시재개발에서 야기되는 문제는 제도적 모순으로 인한 사업의 미시행 및 사업의 장기화이다. 도시재개발 사업은 주로 정부기관이나 대형 민간개발업자가 주도하여 왔다. 이러한 구조 아래에서는 다양한 이해집단 간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각종 소송을 통한 분쟁 등으로 이어지는 것이 다반사였다. 이렇듯 재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익집단 간 의사 충돌로 많은 사업장에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다른 원인으로는 도시재개발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공공이 기반시설 확보 책임을 민간에 전가하였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많은 경우 민간에 용적률 증가 등을 당근으로 제공하고 대신 기반시설을 확보하게 하였으므로 대부분의 사업지는 재개발 이후에 더 과밀하게 되기 마련이었다. 또한 그나마 민간에 의해 확보된 기반시설의 경우 양적 측면에서 최소 기준만 확보했을 뿐 그것들이 담보해야 하는 공공성과 질적 측면은 대체로 무시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또 위에서 말한 새로운 경향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동네의 건물을 일시에 허물지 않으면서 점차적으로 땅의 가치를 높이고 각종 인프라를 구비해주는 수복형 재개발, 주민이 사업의 전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재개발, 기반시설 설치를 민간에 전가하지 않고, 공공이 선투자하는 재개발 등이 나타나야 할 것이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그러한 조짐이 보이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어 있다. 특히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여기저기서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고 있고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재개발도 이제는 어렵다. 과거와 같은 가파른 지가 상승도 멈춰선 지 오래다.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묘책은 없어 보인다. 기존의 대규모 철거 위주 재개발 및 토지와 주택을 상품으로만 여기던 패러다임으로는 풀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때에 우리 자신의 삶터를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자생할 수 있게 민과 관이 지혜를 모을 때다.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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