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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울리는 나비 '갑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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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전통적인 '여성질병'은 주로 유방과 자궁 쪽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갑상선'으로 대세가 넘어온 듯하다. 갑상선암은 2005년부터 유방암을 제치고 독보적인 여성암 1위를 달리고 있다. 암뿐 아니라 갑상선 기능항진증, 저하증 등은 여성들이 겪는 가장 흔한 고통 중 하나가 됐다. 갑상선은 목 한 가운데 튀어나온 물렁뼈 아래쪽을 감싸는 나비 모양의 기관이다. 이 나비에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몸은 매우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게 된다.

◆여성에 많은 갑상선 질환 '호르몬'이 열쇠
갑상선 관련 질환은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암, 결절 그리고 항진증과 저하증이다. 모두 최근 급증세이며 여성에게 많이 생긴다. 이유는 여성 호르몬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폐경 후 여성이나 어린 여자아이에게 갑상선 문제가 생기는 위험은 같은 나이의 남성과 비슷하다.

갑상선의 고유 기능인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생기면 항진증 혹은 저하증이 온다. 항진증은 너무 많이 호르몬이 나오는 상태이며 저하증은 그 반대다.

두 질환 모두 약물을 이용해 쉽게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방치하면 그 영향은 매우 크다. 특히 심장이나 뼈에 문제를 일으키며 '갑상선 중독 발작'이라는 위중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
갑상선 질병을 특히 조심해야 하는 사람은 임신부다. 갑상선 호르몬은 태반을 통해 뱃속 아기에게 전달돼 뇌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태아는 임신 12주가 지나야 갑상선 호르몬을 스스로 합성하기 때문에 그 전에는 엄마의 호르몬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주로 호르몬이 적게 나오는 '저하증'이 문제인데, 엄마가 저하증 치료를 받지 않으면 태아의 정신운동발달 지체 위험이 2.5배 증가한다고 한다. 치료 받지 않은 저하증 아이의 평균 지능지수도 정상인 경우보다 7점(IQ 기준) 정도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갑상선 기능저하증의 증상이 임신 중 흔히 나타나는 것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주된 증상은 만성피로, 변비, 근육 경련, 체중 증가 등이다.

임신 중 갑상선 호르몬에 문제가 있는지는 간단한 피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치료가 늦었다 해도 최대한 빨리 호르몬 분비를 정상으로 돌려놓으면 치료를 아예 하지 않은 경우보다 임신 합병증 및 태아 뇌발달 저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권지영 가톨릭대학교 교수(성바오로병원 산부인과)는 "갑상선 기능저하증 증상이 있거나 가족 중 당뇨병을 포함한 면역질환 위험이 있는 경우 특히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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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꼭 수술해야 하나

갑상선암은 여성암 1위지만 생존율은 100%에 가깝다. 성장속도가 매우 느리고 다른 장기로 잘 전이되지 않는다는 특성 때문이다. 간단한 검사로 조기진단이 가능한 것도 생존율과 발견율 향상에 기여했다.

갑상선에 결절(혹)이 발견되면 암을 의심하게 되는데 항상 그런 건 아니다. 결절은 크기가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지만 통상 결절의 5∼10%가 차후에 암으로 밝혀진다.

즉 이 상태에서 수술로 제거할 것인가 아닌가 여부는 해당 병원이나 의사가 자의적으로 결정해 왔다. 때문에 불필요한 수술이 남발하고 있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최근에는 이에 관해 어느 정도 의료계 내부 의견이 모아진 상태다. 대한갑상선학회가 최근 발표한 '권고안'을 보면 5mm 이하의 결절에 대해선 그것이 암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추가 진단행위를 하지 말라고 했다.

송영기 학회 이사장(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은 "5mm 이하의 갑상선 결절은 비록 암이라 하더라도 생명에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결절이 더 커지는지 1년 단위로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 초음파 촬영 때 악성으로 의심되는 림프절이 있다면 크기에 관계없이 검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암진단'이라는 공포감에 수술을 통한 제거에 집착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갑상선암은 성장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추가 관찰을 통해 언제든 통제할 수 있다.

이용식 건국대병원 갑상선암센터 센터장은 "암으로 진단되면 불안해져 치료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갑상선암은 미세암으로 머물러 있는 기간이 길고 전신 전이가 거의 없는 점을 감안해 치료 시기를 늦추거나 지켜볼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수술이 필요한 결절은 1cm가 넘을 경우다. 조보연 중앙의대 교수(중앙대병원 내분비내과)는 "갑상선암을 찾기 위해 검사를 일부러 할 필요는 없지만 발견된 암은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게 원칙"이라며 "재발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만큼 이를 감안해 수술여부와 병원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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