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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 밥은 굶어도 독립운동은 안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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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1945년 4월2일. 김구 선생이 2시간에 걸친 대화 끝에 그에게 건넨 건 '임명장'이었다. 기밀을 요하는 비서에게 주는 기요비서 임명장을 받아든 그의 손이 떨렸다. 중경 임시정부 판공실 한 가운데에 선 김구 선생은 그를 보면서 1932년 폭탄을 쥐어 든 윤봉길을 일본 승전 기념 잔치에 보낼 때의 얘기를 꺼냈다. 윤봉길 덕분에 독립운동이 활기를 띠었던 것처럼 그도 주어진 임무를 훌륭히 해내라는 뜻이었다. 그가 해야 할 일은 여야가 한 데 뭉친 당시 임시정부 상황과 미군과 합동작전을 펼치려는 광복군 소식을 국내에 알리는 것이었다.

그는 1944년 광복군에 들어가 김구 선생의 기요비서로 일하다가 미국 전략첩보국(OSS) 부대 파견 종군을 한 김우전(90ㆍ사진) 전 광복회 회장이다. 일본 학도병으로 강제 징집돼 중국에서 훈련을 받던 김 전 회장은 목숨을 걸고 일본 군영에서 탈출했다. 꼬박 일주일을 걸어 광복군이 있는 부양에 도착한 그는 그렇게 독립운동과 연을 맺었다. 광복 이후엔 1949년 6월 김구 선생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비서로서 그 곁을 지켰다. 임시정부수립 기념일인 13일 김 전 회장을 만나 67년 전 임시정부 시절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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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선생과의 일화로 입을 연 김 전 회장은 "독립운동을 한 나라들이 많이 있지만 한국처럼 임시정부라는 하나의 구심점을 갖고 운동을 한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며 "임시정부 수립의 역사는 훌륭한 우리 역사"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임시정부가 27년 동안 활동을 하면서 밥을 굶을 만큼 어려운 적이 많았지만 단 하루도 독립운동이 단절된 적은 없다"며 "임시정부가 나라를 되찾으려 뛴 지난 역사를 잊어선 안된다"고 했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겠다는 3.1운동 정신을 이어 받아 1919년 4월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27년 동안 상하이, 항주, 진강, 장사, 광주, 중경 등으로 본거지를 수없이 옮겨 다녀야했다. 1932년 4월 윤봉길 의거 직후 상하이를 떠난 임시정부의 방랑은 8년 동안 계속됐다. 의열투쟁으로 중국민의 지지를 얻은 임시정부는 1940년 광복군을 창설할 수 있었다. 1944년엔 헌법을 개정해 여당과 야당을 한 데 아우른 '통일정부'를 만들었다. 1945년 광복 이후엔 독립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남북 통일운동에 앞장 선 게 임시정부다.

김 전 회장은 이와 관련 "3.1운동이 모체가 돼 온 국민이 힘을 합쳐 만든 점, 1910년 한일합방 뒤 9년 동안 단절된 국권을 회복한 점, 27년 동안 독립운동의 구심체가 된 점, 광복군이라는 정부 군대를 정식으로 만든 점, 여야가 한 데 모인 통일정부를 만든 점에서 임시정부 27년 역사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임시정부의 역사를 떠올리면 '우여곡절' '파란만장' '악전고투'라는 말을 빼놓을 수가 없다고 말한 김 전 회장은 이어 "임시정부의 역사가 정치권 논리에 따라 왜곡되고 잊혀지는 게 아쉽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표정에서 씁쓸함이 묻어났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선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2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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