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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절약 강제소등', 대형빌딩 "OK" 유흥업소 "NO"

최종수정 2011.03.02 09:06기사입력 2011.03.02 09:06

서울의 밤 거리가 어두워졌다. 고유가 등에 따른 에너지 절약 정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지난달 27일 에너지 위기 경보를 '주의' 단계로 끌어올리고 백화점ㆍ자동차 판매업소ㆍ대형 빌딩ㆍ주유소ㆍ유흥업소ㆍ아파트 등의 옥외 광고물 야간 강제소등 조치를 내리면서다. 정부가 조치를 내린 지 하루가 지난 2월28일 밤에서 지난 1일 새벽, 광화문 일대와 강남ㆍ종로ㆍ여의도 등지의 관공서 및 대형 빌딩, 유명 백화점의 옥외 광고물 조명은 모두 꺼져 있었고 일부 한강 다리에도 불이 꺼져 이전의 휘황찬란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직 계도기간임에도 솔선수범해서 '불끄기'에 나선 곳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시내 주요 유흥가는 갖가지 네온사인과 광고 조명으로 여전히 눈부셔 정부 시책과 따로 노는 인상이었다. 야간에는 조명을 평소의 절반만 가동토록 한 주유소 역시 대낮처럼 밝게 불을 밝혀둔 곳이 많았다.

지난달 28일 자정께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왼쪽) 모습. 평소같으면 대형 빌딩의 옥외 광고물, 경관 조명 불빛에 초저녁인지 심야인지 구분하기 힘든 시점이지만 정부의 '에너지절약 강제소등' 조치에 따라 대부분 건물들이 불을 꺼 거리가 어두웠다. 반면 마포구 홍대앞 유흥거리는 새벽 2시가 넘도록 유흥업소들이 뿜어내는 옥외 광고물 조명으로 여전히 화려했다. 정부는 유흥업소의 경우 새벽 2시 이후엔 옥외 광고물 조명을 끄도록 조치한 바 있다.


지난달 28일 자정께, 평소 같으면 대형 빌딩의 간판과 옥외 광고물 조명이 거리를 훤히 밝혀 심야인지 초저녁인지 구분이 잘 안 되던 강남대로는 아직 사람이 남아있는 건물의 유리창에서 흘러나오는 불빛, 가로등 불빛,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만이 눈에 띌 뿐 온통 어둡고 차분했다. 삼성역에서 테헤란로를 따라 선릉역, 역삼역, 서초역까지 이어지는 대로의 대형 빌딩과 관공서 옥외광고물 및 건물 자체 조명은 거의 모두 소등 상태였다. 반포로 등 대로변에 들어선 주상복합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화려한 옥외 조명도 모두 꺼졌다. 삼성동과 서초동 일대에 즐비한 BMWㆍ폭스바겐ㆍ벤츠ㆍ도요타 등 유명 수입차 매장의 실내 조명도 한 두 곳을 빼곤 모두 소등됐다.

'증권ㆍ금융의 심장부' 여의도도 차분했다. 같은 날 오후 11시께, 평소 대형 가로등처럼 주변을 밝히던 지하철 9호선 샛강역 근처 알리안츠생명 빌딩의 어두운 옥외 간판이 '불 꺼진 여의도'를 대변해주고 있었다. KBS 별관에서 시작되는 일방도로 양 옆으로 줄줄이 늘어선 증권사와 은행 등의 본사 사옥들도 회사 이름을 알리는 최소한의 간판만을 켜뒀을 뿐 모든 옥외 광고물 조명을 껐다. 마포대교에서 국회의사당으로 향하는 대로변 호텔과 금융ㆍ증권사 고층 빌딩ㆍ오피스텔도 옥외 광고물 조명을 일제히 껐다. 주상복합 건물 1층에 들어선 24시간 편의점 등 밤샘 영업을 하는 일부 가게 불빛만이 거리를 밝히고 있었다. 가뜩이나 일과가 끝나면 사람들이 빠져나가 휑한 여의도는 을씨년스럽기까지했다.

정부중앙청사ㆍ경찰청 등 주요 정부기관이 밀집해있는 광화문 일대도 광화문광장과 청계광장 등에 남아있는 작은 불빛들만 빼면 말그대로 칠흑 같았다. 자정까지 1~2시간 남은 밤 10~11시께부터 그나마 켜져있던 일부 기업체 빌딩의 실내 조명까지 속속 꺼지면서 조명을 찾아보기 힙들었다. 광화문을 등지고 서울시청 방향으로 난 대로 주변 민간ㆍ공공 시설물 대다수의 옥외 광고물은 물론 내부 조명까지 소등된 상태였다. 실수로 켜놓은 듯한 청계광장 입구 한 고층 건물 옥상의 간판 조명이 엉뚱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한강 미관의 핵심이던 다리의 조명도 대부분 꺼졌다. 동호대교와 성수대교, 한남대교, 영동대교 등 대부분 다리의 대형 경관조명이 소등됐다. 상당수 다리의 경관조명은 일몰 이후에도 아예 가동이 안 됐고 차량 소통에 도움을 줄 정도의 미등들만 가로등 불빛과 함께 빛나고 있었다. 공공기관과 기업체 빌딩, 한강 다리 외에 시내 주요 백화점, 대형 마트도 영업시간 종료와 함께 상호를 표시하는 간판만 빼고 모든 옥외조명ㆍ경관조명을 소등했다.

도심의 불이 대부분 꺼졌지만 시내 주요 유흥가의 조명은 여전히 화려해 낯선 인상까지 풍겼다. 정부가 유흥업소 강제소등 시각으로 정한 새벽 2시가 넘었는데도 불빛은 여전했다. 마포구 홍대앞 거리, 서대문구 신촌 거리, 룸살롱ㆍ단란주점 등이 모여있는 강남구 일대는 정부 정책에 아랑곳 없는 업소 불빛으로 여전히 대낮 같았다.

유흥업소 업주들은 정부 정책이 시행된 걸 몰랐거나, 알아도 손님이 계속 들어오니 별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홍대앞에서 H호프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그런 조치(강제소등)가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면서 도리어 기자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물었다. 강남의 J고깃집 관계자는 "이 동네는 자정 넘어서부터가 진짜 장사인데 새벽 2시부터 불을 끄라고 하는 건 장사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했다. 근처에서 만난 회사원 최모씨는 "강제소등 조치를 몰랐다"면서 "알았더라도 불 끄는 시각에 맞춰서 집에 들어가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불끄기'에 소극적인 건 주유소도 마찬가지였다. 자정이 넘어까지 불을 환히 밝혀둔 강남구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야간에는 그나마 불빛 보고 들어오는 손님을 잡아야 해서 불을 끄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정부 조치에 따라 조명을 약 절반만 가동한 다른 주유소 관계자는 "조치가 있어서 끈 건 아니고 그냥 개별적으로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일부 소등을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김현희ㆍ박은희ㆍ정준영ㆍ조목인ㆍ조유진ㆍ오주연ㆍ이민아 인턴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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