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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포럼] 자전거 도시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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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년 전 서구에서 자동차가 처음 일반화될 무렵 사람들은 환호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 당시 도시는 수많은 말과 마차의 운행으로 인한 공해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의 곳곳에는 말이 쏟아내는 용변이 처리되지 못한 채 쌓여서 악취와 전염병의 온상이 됐고, 이로 인한 사람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용변을 배출하지 않는, 냄새나고 더럽지 않은 세련된 자동차의 등장은 사람들의 기대를 끌기에 충분하였다.

그 때 사람들은 자동차로 인해 인류가 감당해야 할 또 다른 고통은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동차 대중화 이후 근 100여년, 이제 사람들은 자동차를 지난날의 마차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세계 각국에서는 자동차로 야기되는 폐해를 극복하고자 자동차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교통수단을 찾고 있다. 대안의 하나로 생각하게 된 것이 자전거이다.
자전거를 많이 타면 무엇이 도시에 좋을까. 첫째, 교통수단별 에너지 소비량을 보면 자전거의 에너지 소비량은 승용차, 버스, 전철 등 다른 교통수단과 비교할 때 가장 적으며 특히 승용차 에너지 소비량의 3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둘째, 승용차나 다른 교통수단이 차지하는 도로면적, 주차면적에 비해 자전거의 공간면적이 훨씬 적어 자전거를 이용하면 도시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셋째, 대도시 대기오염과 소음 분진 등의 주원인이 자동차임을 고려할 때 이러한 도시공해의 감소를 위해서도 자전거 이용은 필요하다. 넷째, 자전거는 교통비용 감소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교통의 활성화로 생기는 비용절감 효과는 통행시간 절감, 통행비용 감소, 교통시설 투자비용 절감 등의 면에서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자전거 이용은 도시민의 체력 향상에 일조한다.

선진국의 주요 도시들은 1970년대 초반 이후 도시 내 주차공간의 과도한 점유로 인한 효율적 토지이용률 저하, 교통사고 증가, 교통체증, 대기오염 등 자동차의 급격한 증가와 관련한 심각한 문제를 맞게 된 이후에 자전거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의 경우도 1990년대 이후 주요 도시들이 자전거 이용증진 정책을 내놓고 있으나 이용 실태는 기대치에 비하면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자전거를 레저용 교통수단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자전거를 신나게 탈 수 있을까?

먼저 자전거 이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생각해 보자. 첫 번째는 자연적 조건이다. 대개 평탄한 지형과 연간 강수량이 낮은 곳에서 자전거의 이용률이 높다. 두 번째는 사회적인 조건으로 그 지역의 인구구조에서 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도시 그리고 환경관련단체의 영향이 강한 곳에서 자전거 이용률이 높다. 세 번째, 도시구조가 자전거 이용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도시의 토지이용패턴, 도로망 유형, 도시규모는 자전거 이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개 격자보다는 방사형 구조가 이용자 입장에서 자전거이용에 효과적이고, 저밀보다는 고밀의 지역에서,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에서 이용률이 높다. 네 번째, 교통량ㆍ차량속도와 같은 교통 환경은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과 관련이 있고, 자전거 주차시설은 자전거 도난, 자전거 방치 등과 관련해 이용률에 영향을 준다.
이 네 가지 조건을 하나의 도시가 다 갖추기는 어렵다. 그러나 부족한 조건을 만들어갈 수는 있다. 자전거를 타기 위한 조건을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것, 이것이 자전거 도시를 위한 첩경이자 사람들이 자전거에 재미를 붙일 수 있게 하는 첫걸음일 것이다.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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