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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나스카 라인'은 시간의 미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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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카 문화는 아스테카, 마야, 잉카 등으로 대표되는 라틴아메리카 3대 고대 문명으로 오랜 시간 동안 풀리지 않는 많은 수수께끼를 안고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해왔다. 현재의 페루에서 남쪽으로 칠레를 향하는 여정에 만날 수 있는 나스카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그림책'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나스카 라인은 규모와 모양, 특성 때문에 '지상화(地上畵)'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지상화가 보존돼 있는 지역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이다. 지상에서는 도저히 윤곽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워 공중에서 내려다봐야만 하는 거대한 그림들은 나스카문화의 핵심이든 아니든 대표적이고 거의 유일한 유산이라 할 만하다.
1939년 독일의 수학자 마리아 레히체는 40여년 동안 나스카 지상화를 연구한 뒤 나스카 지상화가 천체의 움직임, 즉 별의 운행과 관련된 거대한 종교적 의례의 달력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문제는 고대문명이나 과거 문화의 흔적에 대한 연구란 극히 제한적인 조각 정보를 활용해 넓은 틀의 원형을 재구성해야 하는 작업인 만큼 재구성에 있어서 본질적인 어려움에 봉착하곤 한다는 점이다.

광활한 평원에 펼쳐진 나스카 지상화들은 거미, 범고래, 콘도르, 벌새, 원숭이, 고래 등의 동물 형상과 별, 꽃 등의 자연 형상물, 그리고 삼각형, 삼각주, 사각형 등의 기하학적 문양 등의 18가지의 형상과 100여개의 무늬로 구분된다. 평균 크기가 수백m를 훌쩍 뛰어넘고, 큰 것은 수십㎞에 이른다고 하니 과연 어떻게, 어떠한 이유로 제작을 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여기에 과학의 진정한 역할이 제기돼야 한다. 다양한 학문 분과 영역의 수많은 학자들이 연구소와 대학 등을 단위로 구성돼 과거 역사의 흔적에 대한 의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 나스카를 찾았지만 여전히 미로에서 힘겨운 길 찾기에 머물고 있는 현황이다.

우주인의 활주로에서부터 농경 수로의 표시, 백도와 황도 등 천문 경로의 표시라는 다양한 설들이 아마추어 관광객들의 감상적 비평과 한데 어울려 창의적인 해석으로 가득하다. 그래도 단정지을 수 있는 결과물이 빨리 도출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관심, 학문적인 열정 그리고 과학적인 방법론의 개발이다.
우리는 왜 과거와 역사를 연구하는 것일까. 현재에 주목하고, 여유가 있다면 미래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면 그뿐이라는 생각이 보다 현실적이다. 그러나 과거는 현재의 원인이고, 미래를 전망하기 위한 열쇠라는 정의가 유효하다면 나스카에 대한 우리의 과학적 접근성은 미래에 대한 전망 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과거에 대한 관심은 인간 자신에 대한 관심이며, 우리 삶의 양식과 변화과정에 대한 관찰과 면밀하게 연계돼 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현재 우리의 삶의 틀을 구성하는 음식과 생각, 탄생과 죽음과 관련된 의례 등과 같은 문화인식구조에 대한 이해의 깊이와 넓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스카 라인과 같은 과거와 역사에 대한 학문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은 현재의 비효율성과 낮은 생산적 결과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이고 세밀하게 이뤄져야 한다.

비록 과학이 조각 정보와 자료를 읽어내는 현재의 능력이 제한적이어서 마치 시간의 미로를 무의미하게 헤매고 있는 듯 보일지라도 머리카락에서 인간을 구성하는 DNA를 찾아내는 것처럼 과거 인간의 흔적을 통해 현재의 우리와 미래의 우리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특별한 구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와 역사에서 미래를 봐야 하는 이유다.



우성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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