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쇼는 크고 작은 각종 행사에서 빈번하게 접할 수 있어 자칫 식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불꽃쇼는 우선 그 규모와 섬세함 그리고 무엇보다 뛰어난 예술성이 수준 높은 공연예술을 빚어냈다고 본다.
최초의 화약은 황과 초석, 그리고 목탄 등을 배합한 흑색 화약류의 조성물이었다. 화약의 발상지나 발명 과정에 대해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중국의 연단술(煉丹術)에서 파생됐다고 보고 있다. 연단술은 도교사상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안의 하나였으며, 금이나 은과 같은 귀금속을 자산 축적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 불로장생의 명약으로 접근했다는 점이 서구의 연금술과 본질적으로 구분되는 대목이다.
연단술에 관한 최고(最古) 기록은 한ㆍ위시대의 위백양(魏伯陽)이 BC 220년쯤에 저술한 '주역 삼동계'으로서 비금속에 유황이나 수은 등을 작용시키고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의 오행과 '청적황백흑(靑赤黃白黑)'의 오색을 결합시키면 금과 같은 귀금속이 함유된 단약이 제조되는데 이를 복용하면 선인이 돼 불로장생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화약이 폭약으로, 그리고 폭탄으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인류의 가장 비극적인 폭력성을 부추겨왔던 기나긴 역사를 떠올려본다. 광저우 아시안 게임 개회식에서 보았던 화약의 기능은 살상도구로서가 아닌 인류의 화합과 평화로운 공존을 상징적으로 선언하는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모처럼 아름다움의 향연을 선보인 공연예술로 다시 태어난 것과 마찬가지다.
초기 화약 발명을 위한 연단술의 긍정적인 의미가 보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잔잔한 파형이 돼 인류의 번영과 공존을 위한 작은 파동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국가적인 메달 경쟁보다는 다양한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희망으로 이어질 수 있었으면 하는 꿈을 그려본다.
우성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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