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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포럼] 인간적인 서울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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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지만 살기좋은 도시 의문
'성장'보단 '인간'중심 설계해야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 교수]필자가 살고 있는 서울은 대단히 흥미로운 도시다. 이는 필자처럼 도시계획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닌 것 같다. 또한 서울을 대표도시로 생각하는 한국인들만이 느끼는 것도 아닐 것이다. 아무튼 지난 40여년간 서울만큼 압축 성장을 한 도시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기 어렵다.
서울에는 응축된 시간의 켜가 존재한다. 아울러 다른 나라 대도시에선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산과 강이 있다. 공기 오염이 심각하고 도시 관리에 대한 노력이 아직 부족하지만 서울은 그런대로 아름다운 곳이다. 꽤나 높으면서도 아늑한 모습의 산자락에 둘러싸인 대도시를 우리가 어디에서 이렇게 가까이 볼 수 있겠는가? 좀 더 전문적인 눈으로 보면 서울의 지리적 상황이, 그리고 현재 당면한 사회변화 상황이 세계 어느 도시보다도 흥미를 불러 일으킬 만하다.

서울의 자연환경은 독특하다. 강이 있는 도시는 다른 나라에도 많지만 서울과 같이 드높은 산이 도시에 가깝게 접해 있으면서도 한강과 같이 드넓은 강이 도시 한가운데를 흐르는 도시는 드물다. 필자는 전 세계 50여개 주요 도시를 돌아보았지만 그런 곳은 아직 본 적이 없다.

서울의 공간변화 역사 또한 특이하다. 19세기까지 500여년 동안 15만명 정도의 인구를 동일한 도시 영역 속에 꾸준히 유지했던 도시는 그리 많지 않다. 그렇게 긴 세월 동안 비슷한 인구를 유지하다가 갑자기 1000만명 인구의 대도시로 팽창한 도시는 더 드물 것이다.
서울은 지리적으로도 특이하다. 독일 통일 이후 이데올로기로 분단된 마지막 국가의 수도로 서울이 있다. 비무장지대(DMZ)에서 1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으면서 성장과 번영을 이뤄낸 도시가 서울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서울은 그동안 남쪽 지향적으로 성장해왔고 아직도 그 정치적 긴장감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70년대에도, 1980년대에도 신행정수도 혹은 행정기능 분산논의는 있었다. 마치 몇 년 전 그 문제로 우리 사회가 뜨거웠던 것처럼.

서울이 갖고 있는 자연환경, 역사, 사회적 상황이 이처럼 흥미로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이 살기에 좋은 도시인가라는 의문에는 긍정적인 답이 나오기 힘들다. 바로 이 점이 서울 도시계획의 문제점이다. 도시란 결국은 시민들이 편하게, 건강하게, 즐겁게, 애착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정주지여야 하는데 서울은 이러한 점에서 아직 크게 미흡하기만 하다.

서울은 600년 전에 계획도시로서 출발했다. 새로운 도시계획의 원칙아래 서울도성은 건설됐고, 인구는 적절히 유지됐다. 그러나 지난 40여년간 서울은 계속해서 건설 중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계획 중이다. 계획과 건설의 키워드는 '더 빨리, 더 많이'였다. 서울은 커졌고 근사해졌지만 도시는 올림픽경기의 장이 아니다.

도시란 결코 단순하지도 않고 그리 논리적이지도 않으며, 지극히 구상적으로 만들어진다. 도시를 계획하는 것은 정치, 경제, 법제도가 개입돼 복잡하기 이를 데 없고, 공공과 민간이 서로의 이해를 저울질해가며 일을 진행하는 과정이다. 그러한 계획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

그동안 우리는 인간을 숫자로만 파악해왔다. 이제는 인간이 감성을 갖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사람들이 결코 논리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음을, 그래서 숫자로 표현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아늑한 곳을, 조금 작더라도 정겨운 곳을 원한다. 그게 인간이 원하는 것이요, 인간적인 도시일 것이다. 인간이 살 만한 인간적인 도시는 앞으로 우리 도시, 그동안 서울 따라 하기에 급급했던 우리 도시가 지향해야 할 점이다.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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