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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세계 최고 하드웨어 환상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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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고급스러운 식당일수록 화려한 접시에 음식을 담아낸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의 관심사는 예쁜 접시가 아니라 그 위에 담긴 음식, 즉 콘텐츠다.

지금까지 IT업계는 하드웨어 업체들이 지배해왔다. 노트북에는 더 빠른 중앙처리장치(CPU)를 집어넣고 휴대폰에는 더 좋은 카메라, 더 좋은 화질의 LCD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같은 공식도 이제는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세계 1위 PC업체인 HP의 팜(Palm) 인수를 지켜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스마트폰 업체인 팜은 웹OS라는 고유의 운영체제(OS)를 보유하고 있다. 용량이 작고 빠르며 전력 소모도 적어 스마트폰에 적합한 경쟁력있는 OS로 정평이 나있다. 개발도 쉬워 개발자들에게도 환영받고 있다. 전통적인 하드웨어 업체인 HP가 팜을 인수한 속사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바로 '위기감'이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하드웨어 경쟁력만으로는 홀로서기가 어렵다는 것을 HP가 절감했기에 일종의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비슷한 성능의 아이폰과 윈도모바일용 스마트폰을 떠올리면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금방 깨달을 수 있다. 애플은 인터페이스를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멀티터치 기술을 개발하고 동일한 CPU를 쓰더라도 화면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었다. 핵심은 소프트웨어였다. 소프트웨어가 소비자를 감동시켜야 하드웨어도 인정받는 시대로 흐름이 바뀐 것이다.
문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수의 국내 업체가 하드웨어 중심의 사고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위기감은 팽배해 있지만 아직도 하드웨어를 더 잘 만들면 이길 수 있다는 환상을 떨쳐내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미 IT세상의 지배자로 소프트웨어가 권좌에 올랐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국내 업체들은 같은 안드로이드폰을 만들어도 소프트웨어에서 차별화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빠른 CPU, 더 좋은 LCD, DMB와 더 긴 배터리 사용시간만 강조하는 어리석음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방기기 업체 알레시가 태블릿PC를 만들고, 시스코시스템즈가 자신의 장점인 네트워킹을 살려 태블릿PC 시장에 뛰어들 정도로 이제는 비즈니스 경계 자체가 무의미하다.

맛없는 고급 식당은 한두번 찾는 것으로 족하다. IT업계 역시 어떤 접시를 내놓을지 고민할 것이 아니라 접시에 어떤 음식을 담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CPU, LCD, DMB 자랑 대신 국내 업체들만의 혁신적인 소프트웨어가 속속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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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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