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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칼럼] '잡셰어링' 다시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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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대란' 공포 속에 잡셰어링(job sharingㆍ일자리나누기)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정부가 기업들에게 동참을 요구하는 가운데 공기업을 필두로 공무원 사회와 민간기업까지 일자리나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세계 경제가 극한으로 빠져드는 상황에서 월급을 깎아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때일수록 서로 돕고 산다'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미덕으로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부 경제장관들은 잡셰어링은 외환위기때의 금모으기 정신이 부활한 것이라며 자찬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잡셰어링은 전반적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 많다는 지적이다.
전경련이 나서 기업 대졸 신입사원 연봉을 최고 28%까지 삭감하겠다고 발표하고 공공기관도 사원초임을 30% 줄이겠다고 밝히면서 잡셰어링이 너무 신입사원의 임금 삭감 일변도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회에 발을 들여 놓기도 전에 고통부터 먼저 분담하는 꼴이 되었다. 직장이라도 잡으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심정이겠지만 '88만원세대'라고 불리던 그들에게 '삭감세대'라는 멍에까지 덧씨우는 셈이 됐다.

또 약자에게만 일방적 불이익을 줘 형평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는 차제에 기존 직원들의 임금도 삭감해 자칭 고비용 구조를 개선해 보겠다는 속셈을 내보이고 있다.
잡셰어링이 일자리 창출보다 임금 삭감 위주로 변질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잡셰어링은 근무시간을 줄여 발생하는 임금으로 사용자가 새로운 인력을 채용한다는 것으로 근로자의 근무시간은 줄어드나 시간당 임금은 삭감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근무시간은 같으면서 임금을 줄이고 인력을 늘리는 것은 원래 취지와는 다른 접근이다.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도 문제다. 일시적으로 고용을 확대하다 보면 기업마다 비효율적인 잉여인력이 발생할 수 있다. 경기침체로 생산시설 가동도 축소하는 마당에 새로운 인력을 더 투입한다는 것은 조직의 경제성이나 효율성에서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잉여인력은 고용불안의 원인이 되며 2~3년 뒤 다시 한 번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실업사태를 완화하는데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공공기관과 정부가 정규직 사원 확대보다 인턴 채용에 치중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결국 잡셰어링이 '급한 불이나 끄고 보자'는 식의 대책인 것이다. 이번에 채용된 이들은 길게는 10개월, 짧게는 6개월여가 지나면 다시 '백수'로 되돌아 갈 수밖에 없다. 대대적으로 홍보하여 인턴을 뽑고 몇 개월도 안돼 퇴사시키는 정부와 기업의 생색내기용 이벤트로 전락할 우려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입사원의 일자리는 늘린다면서 기존 직원의 실직공포가 몰려오고 있는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공기업 개혁 등 경영효율화 작업으로 현장에선 희망퇴직이 확산되고 있다. 조직을 개편하고 인력을 재배치한다며 어느 날 갑자기 낯선 현장으로 전보 되고, 부서를 감축해 후배 밑에서 무보직으로 근무하는 등 반강제적인 해고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한 편에선 비정규직 인턴을 대폭 뽑는다고 생색내고 한편에선 임금 삭감도 모자라 정규 사원을 몰아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실업급여 신청자가 4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사상 최다를 기록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실업 돌파의 회심 카드로 커낸 잡셰어링이 효율적으로 정착되려면 이제라도 큰 틀에서의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 임금을 깎고 동결한다는데 어느 누가 마음이 편하겠는가. 또 정치적 관점에서의 무리한 추진에서 기업과 근로자의 관점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기업도 효율적 인력 관리와 유보금의 적절한 활용 등 근로자 고통을 분담하려는 전향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잡셰어링이 합의와 효율을 배제한 채 단지 소득의 하향 평준화로 전략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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