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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100억달러' 부동산펀드, 환매제한 나선 이유[송승섭의 금융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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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회수한도 2%→0.33%로 하향
美 부동산 가격 폭락…현금도 부족해
주주들한테 직접 편지 쓴 캐피털 대표
"지금 부동산 시장 바닥, 팔면 안 좋다"

세계 최대 '100억달러' 부동산펀드, 환매제한 나선 이유[송승섭의 금융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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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부동산 펀드가 투자자들에게 환매를 제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제 투자자들은 내 돈을 전부 돌려달라고 요청해도 펀드가 자체적으로 설정한 만큼만 받을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투자자 회수 한도 2%→0.33%로 내렸다

환매제한을 결정한 펀드는 ‘SREIT(Starwood Real Estate Income Trust)’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부동산 펀드죠. 한국 돈으로 약 13조6670원에 달하는 돈을 굴립니다. 2018년 시작된 펀드인데 다양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호주 최대의 호텔이자 카지노 회사인 크라운 그룹의 리조트부터 미국 주요 지역의 대형 아파트 단지, 덴마크와 노르웨이 물류창고 등을 가지고 있죠.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는 스타우드캐피털입니다. 배리 스턴릭트라는 사람이 창립자이자 경영자인데 업계에서는 신화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1991년에 캐피털 회사를 처음 세웠습니다. 그리고 아주 대담한 전략으로 큰 부자가 됐습니다. 금융위기로 가격이 폭락해서 모두가 외면하던 아파트와 부동산을 사들인 거죠. 이후 비싼 값에 부동산을 되팔면서 1150억달러에 이르는 거대기업을 만들었습니다.


세계 최대 '100억달러' 부동산펀드, 환매제한 나선 이유[송승섭의 금융라이트] 원본보기 아이콘

그런데 스타우드캐피털의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SREIT는 투자자들의 자금회수를 제한했는데요. 원래 투자자들은 월별 순자산의 2%까지 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회수한도를 0.33%로 더 낮추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내 돈을 되찾기 위해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겁니다.


美 부동산 폭락에 돌려줄 현금도 부족해

왜 이런 조처를 했을까요? 쉽게 말하면 돌려주고 싶어도 돌려줄 현금이 없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SREIT는 지난해부터 13억달러라는 엄청난 돈을 투자자 상환금 지급에 썼습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펀드가 남긴 현금 등 유동성은 약 7억5200만달러인데요. 분기별로 상환해야 하는 돈만 5억달러 수준이었습니다. 지난 1일에는 이미 2억달러에 가까운 돈을 써 상환금을 지급했고요.

투자자들이 자금회수를 요청한데는 심상찮은 부동산 경기가 있습니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경기는 침체에 빠져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반세기 만에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할 정도였습니다. IMF가 상업용 부동산을 분석했더니 금리 인상이 시작된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가격이 1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격지수로 보면 지난달 2022년 4월 고점 대비 21.4%까지 추락했고요. 그만큼 부동산 시장이 안 좋으니 투자자들도 부동산 펀드에서 돈을 빼고 싶었던 거겠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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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이 위기에 직면한 이유는 ‘금리’와 관련이 깊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코로나19로 급격하게 풀린 유동성으로 물가가 오르자 2022년 3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준금리는 바닥이었던 0.25%에서 5.50%로 5.25%포인트 올랐죠. 이렇게 금리가 높으면 부동산 시장은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빚을 내서 집을 사려는 사람이 줄고, 수요가 감소하면서 주택 가격이 하락하거든요.


미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재택근무’가 영향을 줬다는 설명도 나옵니다. 코로나19 당시 미국 기업들은 감염 방지를 위해 대대적인 거리두기와 재택근무를 시행했죠. 그런데 코로나19가 종식됐음에도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계속해서 시행했습니다. 사무실에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으니 기업은 건물을 잘 임대하지 않게 됐죠.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19.9%로 코로나19 이전보다 오히려 올랐습니다. 공실이 늘수록 부동산 가격은 더 내려가게 되고요.


전망 어려운데도 “팔지 말고 버티자”

앞으로의 상황도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지난해 많은 기업과 경제주체들은 늦어도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이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은 더 늦춰지는 분위기죠. 미국 내 물가가 여전히 높거든요. 최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나온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보면 많은 연준 의원들은 고금리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를 했죠.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다”면서 “인플레이션을 내리기 위한 추가적 진전이 확실치 않으며, 앞으로도 불확실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배리 스턴릭트 스타우드 캐피털 창립자 및 최고경영자

배리 스턴릭트 스타우드 캐피털 창립자 및 최고경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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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회복될 것 같지도 않고,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기 여의찮으니 SREIT가 환매제한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겁니다. 과연 환매제한이 좋은 결정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당장의 유동성 부족을 넘기기에는 좋은 결정일 수 있지만, 투자자들의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거든요. 중장기적으로 회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해당 펀드에 대한 투자 욕구를 떨어뜨릴 수도 있고요.


그런데도 배리 스턴릭트는 ‘팔지 말고 버텨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최근 주주들에게 편지를 보냈는데요. 지금 부동산 시장은 바닥에 가깝고 개선될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부동산 자산을 공격적으로 판매하는 것을 권고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편집자주경제와 금융은 어렵습니다. 복잡한 용어와 뒷이야기 때문이죠. 금융라이트는 매주 알기 쉬운 경제·금융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사전지식이 전혀 없어도 술술 읽히는 이야기로 경제·금융에 '불'을 켜드립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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