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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컬처]버닝썬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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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다큐 영상 공개 충격적 내용 많아
성범죄 가해 연예인 모두 출소했지만
진정한 반성 없이 해외 이민·활동 재개

이재익 SBS 라디오 PD·소설가

이재익 SBS 라디오 PD·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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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뉴스코리아에서 다소 긴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선보였다. ‘버닝썬 :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의 이야기’.

제목에 주목하자. 넷플릭스 시리즈 ‘나는 신이다 :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굳이 부제까지 달아 사이비 종교 피해자들을 주목한 것처럼 BBC 다큐멘터리는 폭로자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내용이 꽤 충격적이다. 오랜 기간 수많은 취재와 보도가 이뤄진 사건임에도 모자이크 처리되거나 수위를 낮춰 인용되었던 버닝썬 멤버들의 카톡방 캡처와 실제 현장 영상들을 적나라하게 공개했기 때문이다. 반응도 뜨거워 유튜브에 올라온 지 며칠 안 되었는데도 700만을 넘어 천만 돌파가 가능해 보인다.


방송국에 입사한 후 25년 동안 나는 일반 대중보다 조금 더 가까운 거리에서 연예계를 지켜봤는데, 연예계에서 터진 수많은 사건·사고 중 버닝썬 사건을 가장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 당시 연출과 진행을 함께 맡고 있던 시사프로그램 고정 패널 중 한 명이 이번 다큐멘터리의 핵심 출연자인 강경윤 기자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매주 강 기자로부터 생생한 버닝썬 취재기를 들었다. 그녀는 결연한 사명감을 갖고 있었다. 거대기획사와 경찰 조직까지 엮인 사건이었던 만큼 부담이 엄청났을 텐데 전혀 굴하지 않고 취재와 보도를 이어나갔다. 심지어 당시 배 속에 아기를 품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진행자인 내가 오히려 걱정되어 조심하라는 말을 건네곤 했는데 그때마다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조심은 잘못한 놈들이 해야죠.

이 다큐멘터리에는 고인이 된 가수 구하라도 나온다. 그녀는 강경윤 기자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결정적인 제보를 하고 덧붙여 취재를 멈추지 말라는 격려까지 해주었다고 한다. 많이들 알다시피 구하라 본인이 불법 촬영 범죄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그리고 강 기자 역시 스무 살 때 불법 촬영을 당한 기억이 있다고 뒤늦게 밝혔다. 즉, 버닝썬 사건을 세상에 알리고 수사와 재판까지 끌어낸 일등 공신이 피해자들의 연대였다. BBC에서 다큐멘터리의 초점을 ‘폭로’에 맞춘 것도 그 때문이리라. 용감한 폭로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여기서 철학적인 질문이 떠오른다. 벌을 받으면 죄도 사라지는 것일까? 법적 처벌에 한해서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존재한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연예인들에겐 법적 처벌만큼 대중의 용서가 중요하다. 용서는 죄지은 당사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법적인 책임을 다한 후에도 진정으로 반성하고 달라진 모습을 꾸준히 보여줘야 컴백할 가능성이 생긴다. 개과천선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의심과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대중을 즐겁게 해주면 돈과 인기를 얻고 대중을 불쾌하게 만들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 연예인이라는 업의 본질이니까.


버닝썬 사건 가해자들의 근황은 어떨까? 모두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정준영은 해외 이민을 준비하고 최종훈은 일본에서 활동을 개시했다. 그는 어머니와 같이 교회를 다니는 모양인데, 최근 취재진에게 하나님을 들먹이며 협박하는 영상이 공개되었다. 성범죄 집단의 두목 격이었던 승리는 출소 후 가장 거리낌 없이 활동하고 있다. 행사장에서 빅뱅 시절 히트곡을 부르거나 연예인 지인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중 누구도 피해자들에게 거듭 사과했다거나 보여주기식 봉사활동이라도 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 반성은 개뿔. 그러니 용서도 컴백도 꿈도 꾸지 말기를.

이재익 SBS 라디오 PD·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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