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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다이어리]'소매점 좀도둑'과 전쟁 나선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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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편의점에는 상품 진열대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십달러짜리 물건을 살 때도 직원에게 부탁해 진열대를 열어야만 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맨해튼에서 터널이나 다리 하나만 지나면 되는 뉴저지 소매점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다.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는 좀도둑이 기승을 부리면서 맨해튼에는 자물쇠를 채우는 소매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뉴욕다이어리]'소매점 좀도둑'과 전쟁 나선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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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절도 증가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뉴욕시 절도 건수는 2017년보다 5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미한 절도, 중대한 절도, 강도를 모두 합하면 같은 기간 86%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재범율도 매우 높다. 뉴욕시에 따르면 뉴욕경찰국(NYPD)이 지난해 범인을 체포한 소매점 절도 건수는 2만5480건으로, 이 중 3분의 1은 상습범의 소행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최근 소매점 절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경찰이 소매점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점 내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시범 도입키로 했다. 소매점들은 자발적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뉴욕시는 절도범을 신속하게 체포하고, 소매점을 도난 피해로부터 지키겠다는 방침이다. 뉴욕시는 내년에 150만달러를 투입해 소매점에 1만5000대의 CCTV를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뉴욕시민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공권력의 감시 강화를 지적하는 '빅브라더' 우려도 나오지만, 실효성 논란 또한 적지 않다. 마스크, 후드티를 착용하면 범인을 특정하기 어렵고, 절도가 발생해도 경찰이 도착한 뒤에는 범인은 이미 달아났을 것이란 회의적인 시선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범죄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한 논란 중 하나가 '보석개혁법'이다. 기존엔 범죄자들이 혐의에 대해 보석금을 내야만 석방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었지만, 2020년 보석개혁법 도입 이후로는 성범죄, 가정폭력 등 일부 범죄를 제외하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을 수 있다. 뉴욕시가 세금을 투입해 소매점 도난 감시를 강화해도 절도범이 쉽게 풀려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형사 기소 연령 역시 16세에서 18세로 상향됐다.


자유의 상징에서 방종의 도시로 전락한 샌프란시스코는 경범죄에 대한 관용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민주당이 정부·의회를 장악한 캘리포니아는 2014년부터 피해액이 950달러 미만인 절도죄는 경범죄로 취급해 사실상 처벌하지 않는다. 대형 소매업체들은 일제히 문을 닫고, 빅테크의 상징이었던 샌프란시스코는 유령도시로 전락했다. 반면 루돌프 줄리아니 시절의 뉴욕은 정반대였다. 연방검사 출신인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1994년 취임 후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작은 범죄를 방치하면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적용해 뉴욕 지하철, 길거리 낙서를 지우고 신호 위반, 무임승차 등을 적극 단속했다. 이후 3년 만에 뉴욕시 강력 범죄는 80%나 줄어들었다. 엄벌주의만이 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행히도 캐시 호철 뉴욕주지사는 소매점 절도와 관련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소매점 직원 폭행은 경범죄에서 중범죄로 격상하고, 절도범 기소 시에도 여러 상점에서 훔친 품목들의 가치를 합산해 처벌 수위를 높인다. 절도에 대한 감시 확대를 통한 범죄 예방과 사후 처벌 강화를 동시에 추진해 소매점 도난을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맨해튼 소매점에서 자물쇠가 사라지는 날, 뉴욕은 소매점 절도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할 수 있지 않을까.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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