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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한국에 날아든 반도체 경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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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반도체 재도약 교두보 마련
우리나라 입장에선 거점화 경쟁 적신호

[시시비비]한국에 날아든 반도체 경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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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의 꿈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 사장)


미국 정부가 풀기로 한 반도체 보조금의 의미는 이 한마디로 잘 압축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경쟁의 가장 뜨거운 무대에서 TSMC·인텔 등과 거의 대등한 지위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3파전에 나서는 동시에 반도체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반도체 거점화 경쟁에서의 핸디캡이 더욱 분명해졌음을 알리는 경고장을 받아 들었다고 봐야 한다.

삼성전자는 당초 170억달러를 이번 프로젝트에 투자할 계획이었는데 투자 규모를 450억달러로 늘리는 한편 4000만달러를 할애해 현지에서 반도체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등의 프러포즈로 64억달러의 보조금이라는 보상을 받아냈다. 삼성전자는 이로써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는 공장의 규모를 더 키우고 후공정 패키징 시설과 연구개발(R&D) 시설을 새로 구축해 엔비디아·애플·퀄컴 같은 미국 내 큰손들로부터의 수주 경쟁을 포함한 글로벌 비즈니스 전반의 양적·질적 저변을 대폭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의 결정은 설계, 생산, 첨단 패키징에 이르는 모든 공정을 자국의 울타리 안에서 완결 짓도록 하겠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선언한 반도체 자립 로드맵의 화룡점정이다. 바꾸어 말하면 ‘K-반도체’의 상징인 삼성전자가 미국이 구축한 반도체 생태계에 상당한 수준으로 포섭됐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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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K-반도체’라는 수사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구조를 고려할 때 수사 이상의 실체적 의미를 지니기 어렵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우리나라 기업이라는 걸 빼면 무엇이 남겠는가. 기업은 사업성에 따라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고 글로벌 반도체 거점화 경쟁은 쉽게 말해 기업을 유치하는 경쟁이며 요체는 속도와 돈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현실은 제자리걸음에 가깝다. 정부가 지난주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부지 조성에 드는 시간을 7년에서 3년6개월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용인 클러스터 구축 계획이 지난 정부 시절인 2019년에 나왔으니 큰 틀에서 볼 때 ‘착공 준비에 드는 시간을 줄이는’ 결정에만 5년이 걸린 셈이다.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절치부심하는 일본이 거액의 보조금을 곁들여 TSMC와의 초국적 협력 계획을 수립하고 첫 공장을 완공시키는 데까지 길게 봐야 4년밖에 안 걸렸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내부의 여건은 여전히 복잡하고 까다롭다. 총선을 계기로 맹목적인 반기업 정서가 확대될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려운 데다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공약한 여당의 참패로 논의의 불씨는 사그라들고 있다. 행정과 입법의 협업이 없으면 반도체 산업의 미래도 없다. 정부와 여야 모두 각각의 셈법에 따라 협치를 얘기한다. 정무·이념에 대한 과몰입에서 한발 벗어나 보조금 지급의 방식과 규모, 폐기의 갈림길에 선 ‘K-칩스법’, 행정 시스템의 효율화 같은 의제를 망라하는 ‘반도체 협치’를 마중물로 진짜 협치의 물꼬를 트는 건 몽상일까.





김효진 전략기획팀장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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