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테크토크]누가 그 많은 인터넷 케이블을 다 지었을까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구글·MS·아마존·메타 등 4대 빅테크
민간 기업들이 해저케이블 절반 장악
'평화로운 시대', 민간 투자 붐 이끌어

영국 파운드와 미국 달러화 '통화 쌍(currency pair)'은 '케이블(cable)'이라고 불립니다. 해저 케이블의 그 케이블이 맞습니다. 1850년대에 두 나라 사이에 깔린 통신선을 통해 양국 투자자들은 서로의 화폐를 거래할 수 있게 됐고, 케이블은 파운드/달러 통화 쌍을 의미하는 외환업계의 은어가 됐지요.


LS전선 관계자들이 동해사업장에서 해저케이블을 점검하고 있다. [이미지출처=LS전선]

LS전선 관계자들이 동해사업장에서 해저케이블을 점검하고 있다. [이미지출처=LS전선]

AD
원본보기 아이콘

19세기에 발명된 해저 케이블은 이제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데이터를 옮기는 핵심 인프라가 됐습니다. 우리가 향유하는 인터넷이 통째로 바닷속에 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런 해저 케이블은 대체 누가 다 지었을까요?

지구 둘레 30바퀴 감을 수 있는 해저 케이블

해저 통신선을 설치하러 출항하는 구글의 '그레이스 호퍼'호. [이미지출처=구글 홈페이지]

해저 통신선을 설치하러 출항하는 구글의 '그레이스 호퍼'호. [이미지출처=구글 홈페이지]

원본보기 아이콘

오늘날 지구에 깔린 해저 케이블의 총 길이는 총 75만마일(120만7008㎞)입니다. 지구 둘레를 거의 30번 감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심지어 해저 케이블은 지금도 빠른 속도로 증식 중입니다.


이달 11일(현지시간) 구글은 일본과 미국을 잇는 해저 인터넷 선 사업에 10억달러(약 1조38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일본 열도에서 괌과 하와이를 경유해 미국까지 도달하는 케이블이 두 개나 깔릴 예정입니다. 각각 적어도 수천㎞짜리겠지요.


흔히 우리의 인터넷을 데이터센터, 즉 클라우드에 기반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사실 인터넷의 진정한 '척추'는 해저 케이블입니다. 케이블을 통해 데이터가 옮겨 다님으로써 전 세계에 깔린 데이터센터가 작동할 수 있는 겁니다.

4대 빅테크, 전 세계 케이블 50% 장악

1999년 해저 케이블(위)과 2020년 해저 케이블 숫자의 차이. 지난 20여년간 설치된 케이블 중 약 절반은 미국의 4대 빅테크가 투자했다. [이미지출처=텔레지오그래피]

1999년 해저 케이블(위)과 2020년 해저 케이블 숫자의 차이. 지난 20여년간 설치된 케이블 중 약 절반은 미국의 4대 빅테크가 투자했다. [이미지출처=텔레지오그래피]

원본보기 아이콘

이렇다 보니 해저 케이블은 광통신의 시대가 열렸던 2000년대 초반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또 해저 케이블 대다수를 투자하고 소유한 건 정부나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기업들입니다. 당장 1999년 당시 국제 해저 케이블 수와 2020년의 케이블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연히 느껴질 겁니다.


인터넷 시대의 개막과 함께 막대한 수혜를 입은 기업들, 즉 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이 케이블 투자의 뒤에 있습니다. 해저 케이블 시장 분석 기관 '텔레지오그래피' 데이터를 보면, 전 세계 해저 케이블 대역폭 중 약 절반은 앞서 언급한 빅테크 네 기업이 소유했거나 대여 중입니다.


'평화로운 시대'가 민간 케이블 투자 붐 이끌었다

세계 은행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국가총생산(GDP)의 15%는 인터넷에 기반합니다. 2020년 기준 세계 경제는 85조달러(약 11경7461조원)에 달했으므로, 적어도 12조7500억달러(약 1경7619조원)가 해저 케이블에 달린 셈입니다. 이런 어마어마한 인프라 중 절반이 단 네 개의 민간 기업 소유·임대 자산이란 건 약간 꺼림칙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민간 기업의 해저 케이블 건설 프로젝트가 이토록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2000~2020년이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만약 특정한 국가 및 조직이 해저 케이블을 전략 자산으로 인지하고 자국 영해 내 설치를 규제했다면 이런 초고속 성장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인터넷 경제의 발달도 더뎠겠지요.


위험해지는 세계…인터넷 황금기도 위협할까

러시아-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 사건 당시 해수면의 모습. 유럽 내 해양 국가들은 러시아를 이 사건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러시아-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 사건 당시 해수면의 모습. 유럽 내 해양 국가들은 러시아를 이 사건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하지만 이제 해저 케이블의 중요성을 알아보고 이를 악용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구의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는 이미 '해저 케이블 안보'를 공공연히 위협하고 있습니다.


사실 러시아는 예전부터 '특수목적 잠수함'이라는 해저 작전용 원자력 잠수함을 운용해 왔습니다. 이 잠수함은 심해 탐사선과 로봇을 싣고 잠수할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해저 케이블이나 가스 파이프도 절단할 수 있습니다. 영국, 노르웨이 등 해저 케이블과 파이프에 국가 경제를 의존하는 국가들도 대비를 시작한 참입니다.


예멘 지역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후티 반군도 홍해 해저 통신선을 사보타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예멘 지역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후티 반군도 홍해 해저 통신선을 사보타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테러리스트의 위협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홍해 지역에서 민간 상선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이어가고 있는 예멘의 이슬람 반군 '후티'가 해저 케이블을 타깃으로 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여러 차례 나온 바 있습니다. 실제 지난달 홍해 지역의 통신·인터넷용 케이블 3개가 절단된 채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왔고, 후티가 공격의 주동자로 의심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초고속 인터넷의 발전 뒤에는 빅테크의 탄생, 글로벌 정세의 안정화, 이를 통한 각국의 (암묵적인) 공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세계 각국의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고, 누군가는 해저 케이블을 '공공 자산'이 아닌 잠재적 위협 수단으로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여기저기서 불타오르기 시작한 전쟁의 화마가 20년간 이어져 온 디지털 시대의 황금기를 끝장낼 수도 있습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이수만과 상하이 동행한 미소년들…데뷔 앞둔 중국 연습생들? '허그'만 하는 행사인데 '목 껴안고 입맞춤'…결국 성추행으로 고발 음료수 캔 따니 벌건 '삼겹살'이 나왔다…출시되자 난리 난 제품

    #국내이슈

  • 관람객 떨어뜨린 카메라 '우물 우물'…푸바오 아찔한 상황에 팬들 '분노' [영상] "단순 음악 아이콘 아니다" 유럽도 스위프트노믹스…가는 곳마다 숙박료 2배 '들썩' 이곳이 지옥이다…초대형 감옥에 수감된 문신남 2000명

    #해외이슈

  • "여가수 콘서트에 지진은 농담이겠지"…전문기관 "진짜입니다" [포토] '아시아경제 창간 36주년을 맞아 AI에게 질문하다' [포토] 의사 집단 휴진 계획 철회 촉구하는 병원노조

    #포토PICK

  • 벤츠 신형 C200 아방가르드·AMG 출시 속도내는 中 저고도경제 개발…베이징서도 플라잉카 날았다 탄소 배출 없는 현대 수소트럭, 1000만㎞ 달렸다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대통령실이 쏘아올린 공 '유산취득세·자본이득세' [뉴스속 용어]"이혼한 배우자 연금 나눠주세요", 분할연금제도 [뉴스속 그곳]세계문화유산 등재 노리는 日 '사도광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