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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칼럼]트럼프 재선 악몽에 도쿄의 잠 못 드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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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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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도쿄의 관료들은 패닉(공황)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리스크가 다시 커질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표현에 따르면 ‘일본은 미국의 피를 조직적으로 빨아먹은 약탈적 무역상대국의 원조’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실제 트럼프는 40대 초반이던 1989년 뉴욕의 한 텔레비전 토크쇼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본에 대응해 막대한 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토할 만큼 거듭해서 주장했다.

다만 현재 77세가 된 트럼프를 분노하게 하는 것은 중국의 위협이다. 트럼프는 오는 11월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대결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이미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전 임기를 중국에 사소한 불편 정도로 느껴지게 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트럼프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고, ‘최혜국’ 지위를 박탈하고, 중국 본토의 전기차 산업에도 제동을 걸겠다고 약속했다. 이 가운데 후자의 조치는 트럼프의 팬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시장을 ‘파괴’하지 않도록 간청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은 최대 무역 파트너가 트럼프발 새 공세에 직면하면서 그 여파를 더 빠르게, 더 자주 느끼게 될 것이다. 아시아 2위 경제 대국인 일본이 국내적으로 취약한 시점에 미국 대선이 다가오는 것은 도움 되지 않는 일이다.

전 세계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일본이 돌아왔다’는 이야기는 대부분 주식시장 랠리를 가리킨다. 지난 10년간 초완화 통화정책, 엔화 약세, 기업 지배구조 강화 움직임에 힘입어 닛케이225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조합이 1980년대 ‘낙수경제학(trickle-down economics)’의 한 페이지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다. 이 정책은 트럼프의 가장 큰 지지자 중 한 명인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에 시작됐다. 하지만 11년이 지난 지금, 그 전리품은 대부분의 근로자에게 돌아가지도 않았고, 혁신과 연구·개발 측면에서 큰 성과를 촉진하지도 못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엔화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일본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 급등에 유독 취약한 상황에 놓였다. 이 모든 것이 2023년 말 일본이 왜 경기침체의 끝자락에 있었는지 설명해준다.


당연하게도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는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여론조사 결과 지난해 말 지지율은 17%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재 기시다 총리의 자민당은 중국 경기둔화가 심화하면서 경제 개혁을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여력마저 제한된 상태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할 때 트럼프의 복귀 가능성은 일본에 있어 최후에나 필요할 일이다. 트럼프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바이든과의 접전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일본의 정치 신조어에는 트럼프의 집권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는 ‘호보토라(もしトラ·거의 트럼프)’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또 다른 신조어인 ‘모시토라(もしトラ·혹시 트럼프)’는 혹시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아시아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새로운 무역전쟁, 일본에 미군을 주둔시키기 위한 비용 부담, 대만에 대한 지지 약화, 북한의 핵 개발,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대미 관계 불확실성 등이 가장 큰 우려들로 손꼽힌다.


트럼프 2.0 체제가 일본에서 어떤 사람을 불러올지 불확실하다는 점도 우려 중 하나다. 인기가 낮은 기시다 내각이 미국 대선까지 남은 7개월을 더 버틸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다. 이에 일본은 ‘트럼프 월드’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 있다.


3월 초 기시다 내각의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우리나라는 대선 캠페인에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지난 1월 트럼프와 회담을 시도했으나 헛수고로 돌아가는 등 지금까지의 시도는 제한적으로 성공했다.


새로 부임한 야마다 시게오 주미 대사는 트럼프 팀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임무를 맡았다. 주요 외신은 일본이 아베의 전속 통역관 출신인 다카오 수나오까지 이러한 임무를 지원하게끔 했다고 보도했다. 다카오는 과거 아베와 트럼프 간 수많은 대화, 골프 모임에 동석했다.


일본 정치권은 아베가 트럼프의 귀에 속삭이는 사람 역할을 했다는 신화에 너무 빠져 있기에, 절박한 상황이기도 하다.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


아베는 2016년 11월 당시 트럼프 당선인을 축하하고 추켜세우기 위해 뉴욕의 트럼프 타워로 달려간 첫 번째 세계 지도자였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트럼프의 진짜 동맹국은 셋이라고 생각하며 진저리친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그리고 아베다. 아베가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는 굴욕적인 소식도 이와 동일한 맥락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아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관세 유예를 받는 데 실패했다. 트럼프는 미국이 중국 대응을 위해 필수적인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남아달라는 아베의 간청도 무시했다. 미군 주둔을 위해 일본에 매년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도록 강요했다. 김정은에 대한 트럼프의 ‘사랑’은 아베가 일본 국수주의자들에게 (관련된 해당 내용을) 설명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트럼프의 리벤지 투어가 아시아로 향하고 나면 이는 옛날 일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일본의 모든 두려움 가운데 거래 집착적인 ‘트럼프 월드’에 버림받는 것보다 더 큰 것은 없다. 트럼프의 모든 반(反)중국다운 언동에도 불구하고 그가 일본, 한국, 대만을 희생시키면서 중국과의 대규모 무역 합의에 나서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일본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걱정할 수 있다. 트럼프는 이미 2024년 대선 승리도 빼앗겼다고 주장할 수 있는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워싱턴은 2021년 1월6일(의사당 폭동)과 같은 또 다른 트럼프발 반란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미국 국채 보유자들을 곤경에 내몰 것이며 1조1000억달러 이상 보유한 도쿄의 경우 특히 더 그렇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는 지난해 8월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하면서 1·6 사태와도 부분적으로 연계되는 정치적 양극화를 그 배경으로 지적했다. 무디스마저 (정치적 양극화의 우려로) 미국의 등급을 낮출 경우 수출 주도인 일본 경제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타격을 받을 위험이 있다.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


이 글은 SCMP의 칼럼 ‘Why Japan is losing sleep over nightmare of a Trump re-election’을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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