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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재권 흑자시대]한국 기업은 왜 특허출원에 공격적으로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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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지식재산권 적자 주도했던 대기업, 이제는 흑자 견인차 역할

"미국에서의 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미국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23만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특허 출원에 공을 들이는 가장 큰 배경은 '분쟁'이다. 특허가 많으면 때로는 쏠쏠한 특허료 수입을 얻을 수도 있지만 특허출원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의 특허 출원은 주로 방어적 목적에서 출발한다.

[지재권 흑자시대]한국 기업은 왜 특허출원에 공격적으로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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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특허청이 집계한 국내 특허 보유 10대 기업 중 1위는 작년에만 1만1000건이 넘는 특허를 출원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국내 특허 보유 건수는 1월 말 기준 3만5052건이다. LG전자가 2만1307건으로 2위다. 현대자동차(1만7504건), LG디스플레이(1만7257건), 삼성디스플레이(1만4266건), LG화학(1만1648건), 포스코(1만1591건), LG에너지솔루션(8538건), 퀄컴인코포레이티드(6518건), 기아자동차(6165건) 등이 뒤를 이었다. 대기업들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율주행, AI 등 첨단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백조원 투자를 진행한 결과다.

해외까지 범위를 넓히면 특허 보유 건수는 확연히 늘어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말 기준 미국에 등록한 특허 건수가 8만8966건에 달했다. 유럽, 중국, 일본 등 해외지역을 모두 포함하면 전 세계적으로 23만건이 넘는 특허를 보유 중이다. LG전자 역시 국내보다 3배 가량 많은 6만1599건의 해외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특히 반도체가 포함된 제조업은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지식재산권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2013년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81억6000만달러로 주력산업인 전기·전자제품 제조업에서 절반이 넘는 63억3000만달러 적자가 났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한국의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3억7000만달러 흑자로 연간 기준 첫 흑자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 전체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적자를 주도했던 대기업은 지난해 상반기 23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기·전자제품 제조업에서 만 가장 많은 8억달러 흑자가 났다.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전문기업(NPE)의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의 특허 보유를 늘리는 게 도움이 된다. 국내 기업들은 매년 NPE로부터 100건이 넘는 특허 소송을 당한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 국내 기업의 NPE 특허 소송건수를 89건이라고 밝혔다. 4분기를 포함하면 100건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크다. 소송건수는 2019년 90건, 2020년 111건, 2021년 149건 등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특허 출원 배경과 관련해 "대부분이 스마트폰, 스마트 TV, 메모리, 시스템 LSI 등에 관한 특허로 전략사업 제품에 쓰이거나 향후 활용될 예정"이라면서도 "사업보호의 역할 뿐 아니라 유사기술·특허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경쟁사 견제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역시 "신사업 진출 시 사업에 대한 보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활발한 특허출원 활동의 배경을 밝혔다.


기업들은 보유한 특허를 크로스 라이선스(특허 상호 공유) 계약에 활용해 특허 소송전으로 가는 길목을 차단하기도 한다. 이 계약은 상대방과 진행 중인 모든 특허 소송을 취하하고 특허의 상호 이용 권한을 허락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노키아, 구글, 퀄컴,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를 통해 특허 보호망을 확보한 상태다. LG전자 역시 2014년 11월 구글과 광범위한 사업·기술 영역에서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기존 특허는 물론 향후 10년간 출원하는 특허까지, 출원일로부터 20년간 포괄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때로는 특허가 든든한 수입원이 되기도 한다. LG전자는 지난해 재무제표에 9907억원을 기타 영업이익으로 표기했는데, 이중 대부분은 철수한 스마트폰 사업부가 보유한 특허를 애플 등 다른 스마트폰 사업자가 사용한데 대한 일회성 특허료 수익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인해 LG전자는 지난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정관 내 사업목적에 '특허 등 지식재산권의 라이선스업'을 추가하기도 했다.


한편 특허를 많이 출원하려면 그 만큼 기술개발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기업이 할애해야 하는 연구개발(R&D) 비용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구개발 총 지출액은 24조9191억원으로, 전년(22조5954억원)보다 10.3% 늘어났다. LG전자도 지난해 R&D 비용이 2조3973억원으로 2021년 2조929억원보다 15% 증가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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