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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호 교수의 외교 오딧세이] 위성락 前 대사 "신북방정책, '거대 비전'보다 성공경험 축적해야"

[황재호 교수의 외교 오딧세이] 위성락 前 대사 "신북방정책, '거대 비전'보다 성공경험 축적해야"

최종수정 2021.06.17 16:06 기사입력 2021.05.2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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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전 주러시아대한민국대사관 대사가 13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한민국대사관 대사가 13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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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7. '이상주의를 버리지 않는 현실주의자'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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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황재호 한국외대 교수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런던정경대(LSE)에서 국제관계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 외교에 영향을 미치는 국내 그룹은 크게 둘이다. 하나는 학계와 전문가로 활동하다가 정부에 발탁되는 이들이다.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정부 관료로 일하다가 학계나 전문가로 활동하는 이들이다. 그 어떤 경우든 전문성과 정책을 접목해 시너지를 내고자 한다. 후자 그룹에서 현재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단순한 정세분석이 아닌, 긴 호흡으로 국가전략에 유의미한 제언을 하는 권위자로서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가 있다. 위대사는 미국과 러시아 전략통으로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두 차례 맡아 2012년 북미 ‘2.29 합의’ 도출에도 기여했다. 그를 지난 13일 한 시내 커피숍에서 만났다.


-대사님께서 작년 말 쓰신 한국 외교 업그레이드 제언 책에서 한국 외교가 자기중심적이고 감정적 관점, 국내정치 위주 관점, 이념적 당파적 관점, 포퓰리즘, 아마추어리즘의 5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셨습니다. 한국 외교부 개혁에 있어 가장 급선무는 무엇일까요?

▲먼저 우리가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 정도면 한국외교가 잘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은 맞지 않는 평가이므로 버려야 합니다.


한국외교가 가지는 문제점에 대한 인식과 논의를 사회전체로 확산시키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우선 외교안보 커뮤니티에 내에서라도 문제의식이 생겨나고 이에 대처하려는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합니다. 즉, 외교안보 문제를 다루는 관료, 정치권, 시민사회, 언론, 학계 등에서 새로운 사조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나와야 합니다. 조금 더 범위를 좁히자면 외교안보 커뮤니티 안에 진정한 전문성을 강조하는 집단인식이 필요합니다. 프로페셔날리즘을 말합니다.


한국외교는 역사적으로 행정, 의전, 행사에 매몰되어 왔습니다. 한국외교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 내에 정책, 전략, 전술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민주화 이후 정권이 계속해서 바뀌는 와중에 권력을 가진 정치엘리트가 외교 전반에 개입하여 외교의 정치화가 심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외교부를 포함한 외교안보 커뮤니티에서 전문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국제 수준에 비추어 볼 때, 이미 한국 외교의 전문성은 높지 않은데 위와 같은 문제까지 지속된다면 외교 전반에서 상기 5가지 문제점과 냉소주의가 더 만연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매우 비극적인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교안보 커뮤니티 안에서 새로운 문제의식을 가진 인사들이 역할을 하고 이들 간 연대를 통해 개혁 담론을 이어나가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한국 외교는 이런 방향이었으면 합니다. 한국의 중장기 국가안보전략 방향과 과제를 검토해 전략적 방향성을 가늠하고 정책적 선택지를 다양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국익을 지켜내는 멀티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전략, 제도, 소통의 세 영역에서의 혁신이 전제되고 집행되어야 합니다. 외교정책의 효율적, 체계적 추진을 위해 외교부 차원의 제도적 혁신 이행 노력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한민국대사관 대사가 13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한민국대사관 대사가 13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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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뿐 아니라 한국외교 자체가 개혁을 필요로 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한국의 외교수준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국력과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에 공감하실 겁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외교 순위는 몇 위쯤 될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국외교 순위는 한국 축구의 국제축구연맹(피파·FIFA) 랭킹 순위보다는 아래에 위치할 것이라고 답변하곤 합니다. 그만큼 한국 외교의 수준이 국력에 비해 아주 낮다는 것입니다.


한국외교의 수준이 지금에 머문다면 21세기 우리 주변 세력변화 속에서 국익을 지켜내는데 한계가 드러날 것이고, 나아가 우리에게 통일의 기회가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그 기회를 잡기 어려울 것입니다. 독일의 경우, 이미 통일 논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사회 내부에서부터 정치적, 행정적, 법적으로 통일을 위한 역량이 축적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통일의 기회가 찾아온다고 해서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지가 의문입니다. 통일은 차치하더라도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구축에 관한 작업도 미진한 상태입니다. 이는 모두 우리의 외교역량 부족과 연관이 있습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한민국대사관 대사가 13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한민국대사관 대사가 13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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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한국외교가 장점을 가지고 있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저는 학자가 아닌 외교 전반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사람입니다. 실무적으로 현실외교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한국외교의 정책적 장점은 별로 없습니다. 한국외교의 장점을 역시 축구에 비유하여 굳이 찾자면, 전술, 전략, 기량은 낮은 수준이지만 목표인 골을 향해 부지런히 뛰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즉, 한국외교는 목표를 정하면 열정적으로 움직이고, 단기적인 목표 달성을 위한 투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통해 어떤 정책목표를 추구해 갈지에 대한 역량이 부족합니다.


-만약 대사님 책 제목처럼 한국외교가 최고치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한국외교가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면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휘둘리지 않으면서, 미중일러 4강 간에 평화와 협력, 공동번영의 영역을 키워나가는 매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국력 상 다른 국가들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중견국가로서 동북아 및 아시아 지역 협력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미래 한국의 지정학적, 국제정치적 역할은 커질 것이며, 우리는 이러한 위상을 가지고 촉진자(Facilitator) 또는 매개자(Mediator)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통일로 가는 길도 보다 수월할 것입니다.


-독일 통일과 마찬가지로 한반도에서 통일의 시간이 온다면 주변국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사활적 문제라 하겠습니다. 우리가 제대로 설득해 낼 수 있을까요?


▲한반도의 통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미국의 생각과 역할일 것입니다. 중국의 경우에는 지정학적 이해관계로 인해 한반도 통일에 적극적일 수 없고, 현상유지를 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러시아 역시도 중국보다는 덜하지만 현상유지에 대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의 적극적 역할이 제일 중요하고 다음으로 중국의 소극적 자세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할 것입니다. 만약 한반도 통일의 기회가 찾아올 때, 미국을 설득하여 적극적 역할을 견인해 내고, 중국을 설득하여 통일의 길을 열 수 있는 외교 역량을 우리가 갖추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대사님께서는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 겸 6자회담 수석대표로서 현장에서 많은 소회가 있으실 것 같습니다. 6개국 외교를 어떻게 보시나요?


▲6개국의 외교술 내지 협상문화는 상이한 면이 많이 있습니다. 지역연구에 있어서 중시되는 그 국가 또는 지역의 습속, 기질, 역사, 전통, 문화들이 각국의 외교 스타일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칩니다.


각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취하는 외교술이나 협상태도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미국과 북한은 양 극단의 대척점에 위치해 있습니다. 일본은 미국에, 중국은 북한에 제일 가깝습니다. 그리고 러시아가 중국 다음으로 북한에 가까우며 한국의 경우 진보와 보수 정부에 따라 다소 다른데, 중간 지점 또는 일본만큼 미국에 가까운 위치에 자리합니다.


-대사님께서는 러시아대사로도 오랫동안 계셨습니다. 러시아 외교는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나요?


▲대체로 러시아는 미국 보다 직선적입니다. 미국의 경우 러시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드럽지만, 상황이 첨예해지면 러시아, 미국 둘 다 강대국 외교의 특징을 보입니다. 결국에는 자신들의 주장을 밀어 붙이는 경향이 강합니다. 특히 러시아는 때로 거칠고 격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다른 특징은 강대국 들은 상대의 말 보다 자기 내부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인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 등 다른 대국들에 비해 다원화된 사회이기 때문에 내부에 다양한 목소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미국 내부의 목소리를 활용 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미국 의회, 언론, 사회단체, 여타 여론 주도 세력 등을 활용해서 우리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러시아의 경우 다원화 수준이 미국에 비해 낮기 때문에 사정이 미국과 같지 않지만 러시아 역시도 대국으로서 자신들 내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므로 유사한 방법으로 러시아 내에 원군을 만드는 것이 유용할 때가 많습니다.


-러시아는 항상 미일중과 함께 한반도 주변 4강으로 평가되지만 활용도가 낮은 듯합니다.


▲러시아의 한반도 정책의 경우 중국과 유사하지만 뉘앙스 차이가 있습니다.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보다 지정학적 이해관계는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한 우려는 더 큽니다. 러시아는 과거 냉전시기부터 미국, 서구 열강들과 함께 핵확산방지조약을 주도하던 국가로서 자신의 영향력 하에 있는 국가들의 비핵화 문제를 철저하게 관리해왔습니다. 비록 소련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북한의 핵개발이 이루어졌지만 비핵화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은 과거와 유사합니다. 만약 우리가 러시아 외교의 이러한 뉘앙스 차이를 비핵화 문제에 활용한다면 유용할 것 입니다.


-이번 정부의 신북방정책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를 타깃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4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같은 이름의 노태우 정부 북방정책과는 어떤 연결점이 있을까요?


▲과거 북방정책에 따른 중러와의 수교로 한국외교는 동서화해에 동참하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그것이 한반도의 화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북방정책은 북한 고립으로 이어졌고, 북한은 핵 카드를 집어 들었습니다. 또 북방정책 이후 한국외교가 중러를 아우르는 탈 냉전시대 형 외교로 진화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한러 관계가 높은 수준의 협력에 이른 것도 아닙니다. 북방정책이 보인 한계였습니다. 우리가 성찰해야할 과제입니다


이번 정부의 신북방정책은 과거 북방정책이 보인 문제에 대한 성찰에 기초하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여전히 외교 철학의 빈곤을 보여줍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1990년대 초 북방정책 이후 한국은 매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조하며 유라시아 이니셔티브(Eurasia Initiative), 가스 및 철도 연결 등의 거대 비전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거대 비전들은 경제성이 없는 정책이며 러시아 역시도 이것이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신북방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북방정책의 미진한 점을 파악하고 발전시켜야 하는데 현 정부도 실현 가능성이 낮은 거대 비전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신북방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실현가능성이 있고 내실 있는 작은 프로젝트라도 성공시켜 성공사례를 축적해야 합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한민국대사관 대사가 13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한민국대사관 대사가 13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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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오는 6월 영국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초대받았습니다. 향후 정식 멤버가 될 가입할 가능성은 있을까요?


▲사실 한국의 영국 주최 G7 회의 참가는 국제관례상 전례가 있는 초청입니다. 항상 특정 국가들이 G7 회의에 일회성으로 초청되어 참여하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G7 회의 참여 자체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재 미국이 G7을 소위 'G10'으로 확장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이 인도, 호주 등과 함께 G10이 될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미국이 G7을 G10으로 확장하려는 것에는 명확한 의도가 있겠습니다. 우리가 G10이 되려면 쿼드(Quad) 가입처럼 미국이 원하는 여러 다른 기대를 충족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은 G10을 통해 자신들의 세력에 속하는 국가를 늘리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것입니다. 한국의 입장에서 G7을 확대하여 G10에 참여하라는 데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국제사회의 모든 문제가 마찬가지이지만 외교적인 선택에 있어서도 기회비용을 짊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리스크는 당연히 고려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G7이 G10으로 확대되어 우리가 거기에 가입한다면 미국의 영향권에 더욱 가까이 가는 것이고 이를 통해 발생할 문제들에 대응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전부터 쿼드 참여 논란이 뜨겁습니다. 지금 참여는 여러 외교적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상황을 좀 더 관망하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가 쿼드에 참여하고자 한다면 적기를 놓친 것은 사실입니다. 사드는 처음부터 느슨한 연대였고 협력 분야도 민감하지 않은 기능적 영역이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초기 단계에 참여했었다면 가장 좋았을 것입니다. 현재는 중국이 이미 쿼드를 반중 결사체로 규정한 상황이고, 우리는 그동안 외교부 장관이 쿼드에 들어가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할 정도로 쿼드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해왔습니다. 이러한 지금 우리의 쿼드 참여는 리스크를 지게 되었습니다.


미중관계의 경쟁 및 대립 구도가 전반적이고 압도적인 상황에서 우리가 미중 사이에서 좌표와 방향을 정하는 일을 계속 회피하였으므로 이와 같은 결과가 왔습니다, 어렵더라도 결단이 필요합니다. 제가 말하는 결단은 미국이나 중국 중 한 쪽의 편에 서라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이 설 좌표와 나갈 방향을 선택하라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중국이 불만을 제시하면 중국을 지지하고, 미국이 불만을 제시하면 미국의 편에 서는 우왕좌왕 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미중에게 끝없이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사드(THAAD) 문제가 그토록 어렵게 된 이유도 이러한 태도에서 초래된 것입니다.


-한국외교의 쿼드 논란은 한국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대응을 적절한 ‘외교적’ 언어로 잘하지 못한 데 기인한 것 같습니다. 외교적으로 좀 더 여지를 두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 무척 아쉽습니다. 우리는 결국 쿼드에 참여해야 할까요?


▲저는 쿼드 문제에 있어서는 외교부도 잘한 것이 없지만 주된 잘못은 정부 전체의 결정이 미진한 데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사안 별로 쿼드와 협력할 영역을 찾아내거나, 또는 쿼드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더라도 2선(second tier) 정도로 준 회원국 방식의 참여를 선택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한민국대사관 대사가 13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한민국대사관 대사가 13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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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 문제에 있어 중국의 우려는 현재의 쿼드가 협력을 내세우는 연성 안보 이슈에서의 협력이 점차 나아가 경성 안보 이슈의 협력으로, 그리고 느슨한 협의체에서 점차 공식 기구화, 제도화가 이루어져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제가 사드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이야기 했었는데 사드는 한국이 문제를 키운 점이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방어 필요성은 이미 김대중 정부 시기에 처음 문제제기가 있었던 사안입니다. 그때부터 미중 사이에서 프레임을 확실하게 설정했어야 했습니다. 가령 우리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고고도 방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야 하고 중국에게 사드 도입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득 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드 배치를 회피했습니다. 보다 못한 미군이 1기라도 배치하겠다고 나왔습니다. 결국 중국에게 우리의 안보 위협에 대한 대처 필요성을 제대로 밝히지도 못한 채 미국의 필요로 사드가 배치된 것처럼 비치게 되었습니다. 한국은 이를 허용한 나라로 보였습니다.


쿼드 문제에 있어서도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우리의 국익이 어디 있는 지를 따져 우리의 외교 목표를 설정하고 일관성 있고 명확하게 정책방향을 지키는 것입니다.


-네, 한국 스스로 정확하고 일관된 외교정책 방향과 스탠스를 확립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저는 현재 우리가 취할 외교적 입장과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시계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미국이 우리를 3시 방향으로 잡아당기려고 하고, 중국이 우리를 9시 방향으로 잡아당기려 하는 가운데, 우리는 10시 방향, 2시 방향, 12시 방향으로 오락가락하는 등 일관성 없는 정책 선택을 해왔습니다.


앞으로는 명확하고 일관된 정책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2시, 호주는 2시 반, 인도는 12시 반 정도를 선택하여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동맹인 우리의 입장에서는 진보 및 보수 정권에 따라 다르겠지만 1시(진보) 내지 1시 반(보수) 방향의 정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쿼드 문제에 있어서도 우리가 1시 방향을 선택한다면 쿼드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나올 수 없습니다. 그것은 10시의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1시 방향에 섰다면 우리는 쿼드와 협력할 방안을 찾고 방법을 마련했을 것입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한민국대사관 대사가 13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한민국대사관 대사가 13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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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 이후 국제사회와 외교 전반의 시대적 분위기가 바뀔 것 같습니다. 한국외교에 있어서 새로운 블루오션과 새로운 역할은 무엇일까요?


▲분명 한국외교가 파고 들 공간이 있습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주변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으며, 강대국의 경쟁 속에서 분단, 핵문제 등과 같은 매우 어려운 문제들을 대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중 경쟁 및 대립을 위시한 강대국들과의 관계에서 마찰이 아닌 중재와 협력을 이끌어낼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로 성장한다면 상황에 반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장시간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본인을 정의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면 무엇인지요?


▲저는 제 자신이 간단한 단어로 규정하기엔 좀 복잡하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꼽자면 이상주의를 버리지 않는 현실주의자라고 하겠습니다. 저는 현실주의에 기울어져 있지만 현실주의 일변도는 아닙니다. 제 속에서 현실주의와 이상주의가 경합하고 있고, 이 두 가지 생각이 끊임없이 균형을 찾고 좌표 조정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리/이지은기자

녹취/신의찬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 연구원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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