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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탈레반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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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의 무장조직 탈레반 조직원들의 모습[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의 무장조직 탈레반 조직원들의 모습[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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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9·11 테러 20주년 이전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한다고 발표하면서 한동안 국제뉴스에서 자취를 감췄던 ‘탈레반(Taliban)’이 다시금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특히 아프간 인권단체들은 여성억압과 민주주의의 후퇴 등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제2의 베트남전쟁’이란 자조 섞인 표현 속에 20년간 쏟아부은 2조달러(약 2200조원)가 모두 공중분해됐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탈레반이란 이름은 원래 전통적인 이슬람교 회당에서 코란을 배우는 ‘학생’을 뜻하는 단어로 1979년 구소련과 아프간과의 전쟁에서 부모와 형제를 잃은 고아들을 돌보던 자선단체에서 출발했다. 표면적으로는 자선단체였지만, 이곳의 배후에는 구소련과 항쟁하던 아프간 무장집단인 무자헤딘 내에서도 매우 극단적인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숨어있었다. 이들이 고아들의 보호를 명목으로 소년병 집단을 양성한 사실은 나중에 드러났다.

1990년대 설립 초창기만 해도 무자헤딘의 하수인 노릇이나 하던 말단조직인 탈레반은 무자헤딘이 내분을 벌이다 공멸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아프간 내 최대 군벌조직으로 급성장한다. 이들은 1996년 아프간 수도 카불을 점령하고 내전의 수렁에서 아프간을 구해냈다. 여기까지는 아프간 민중과 국제사회의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집권 이후 탈레반은 본색을 드러내며 시대착오적인 종교 정책들로 민심을 잃어갔다. 이들의 극단적 이슬람 근본주의 정책은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조차 질리게 만들어 사우디 교단에서도 탈레반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미국과 함께 매해 보내주던 지원금과 군사지원도 완전히 끊어버렸다. 국제적으로 고립된 탈레반은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로부터 돈을 받고 기지를 건설할 은신처를 제공해줬으며, 이것이 미국과의 20년 전쟁을 불러온 화근이 됐다.


20년 전쟁은 참혹했지만, 한편으로는 전쟁보다 더 끔찍했던 가난과 실업을 잊게해준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이 전쟁이었다. 한때 10만명까지 늘어났던 아프간 주둔 미군 중 8만명 이상이 아프간 현지용병으로 채워졌고,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군, 미군 3곳에서 용병을 고용한 덕에 아프간 주민들은 역으로 기아상황에서 헤어나올 수 있었다.

현재 아프간 정부를 구성 중인 군벌들도 구소련 침공 이전부터 아프간 북부에서 아편 밀매로 악명을 떨치다가 탈레반이 아편을 엄금하면서 미국측으로 돌아선 북부동맹 세력이 주를 이룬다. 기술도, 산업도, 심지어 다른 중동국가들과 같은 석유도 없는 이 나라의 유일한 소득원이 아편이었기 때문이다. 20년 전쟁은 끝났지만 이보다 훨씬 무서운 실업과 가난이 이제 아프간 주민들의 목을 짓누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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