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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내 한 표의 가치

최종수정 2021.04.06 11:00 기사입력 2021.04.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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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재보궐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사전투표소를 다녀왔거나 내일 할 일 목록에 선거를 올려놓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선거일이 휴일은 아니어서 생업 등 갖은 형편상 참여를 포기한 사람도 있을 테고, 시간과 여건이 되냐는 차치하고 정치이벤트에 관심이 없거나 각 후보와 공약 면면을 볼 때 영 내키는 선택지가 없어 투표 자체를 망설이고 있는 사람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선거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유권자라면 '선거비용'에는 한번쯤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예상대로 엄청난 돈이 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에 서울, 부산 광역자치단체장과 전국 19개 자치단체 및 지방의회 의원, 도합 21명 선출에 쓰이는 돈은 서울시장 선거에 571억, 부산시장 선거에 253억 등 총 932억900만원이다.


이들 재선출 21명의 전임자들이 뽑힌 저번 2018년 6월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투입된 예산은 1조700억원에 달했다. 투·개표 비용 5113억원, 보전·부담 비용 5063억원 등이다. 당시 총 유권자 수가 4297만명이었으니 유권자 한 명당 투표비용은 2만5000원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는 투표율이 낮아 버려진 비용이 적지 않다. 당시 투표율은 60.2%. 투표 하지 않은 유권자가 39.8%로 1710만명이니, 1조700억 중 40%, 4260억은 사라진 셈이다.


게다가 재보궐선거는 안 할수록 좋은 게 아닌가. 재선거는 당선자가 선거법을 어겨 당선무효가 되어 다시 하는 것이고, 보궐선거는 당선인 사망, 사퇴로 생긴 빈자리를 채우는 선거인데, 특히 이번 서울 부산 보궐선거의 원인은 모두 권력형 성추문이라는 낯 뜨겁고 참혹한 행태 때문이다.


안 해도 될 선거를 다시 치르느라 이런 천문학적 비용을 쓴다니,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치미는 분노가 이만 저만 아니다. 개인의 잘못에 대한 책임과 비용을 왜 국민의 세금으로 치르냐며 "재보궐에 책임이 있는 당선자나 정당이 선거비용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거를 하루 앞두고, 독자 여러분은 민주주의의 뿌리, 정치권력의 근원으로 마땅히 추앙받을 ‘유권자’이니 소중한 한 표를 반드시 행사하시라는 긍정 충만한 메시지를 전하며 글을 맺기에는, 그간 봐온 정치권의 언행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도리어 곱씹을수록 냉소와 무관심이 커지지만, 명언을 몇 가지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아 보자.


신랄한 풍자 독설의 대가인 극작가 버나드 쇼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란 무능한 다수가 부패한 소수를 당선시키는 것이다"라며 대의(代議) 민주주의가 우민(愚民) 중우정치(衆愚政治)로 흐를 위험을 비꼬았다.


민중운동가 함석헌 선생은 "정치란 가장 덜 나쁜 놈들을 뽑는 과정이다. 어차피 다 나쁜 놈들이라고 투표 안하면 가장 나쁜 놈이 당선된다"는 말씀을 남겼다. 도산 안창호 선생도 "참여하는 사람은 주인이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손님"이라 했고, 서양 사상가 플라톤은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세력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뼈 때리는 명언을 날렸다.


우리가, 국민 한 명 한 명이, 정치에 참여하고 정치권력의 감시자가 되어야 하며, 선거는 그 참여 방법이다. 내 한 표의 가치를 그저 수 백만 표 중의 하나, 인당 투표비용 몇 만원으로 가벼이 여기지 말자.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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