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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고용시장 '진통제 처방', 지속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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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각국은 대량 실업의 위기를 마주해야 했다. 대량 실업은 소비와 생산에 연쇄 충격을 주고 국가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는 즉각 실업 대책을 마련했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의 대응 방식이 확연하게 달랐다. 유럽은 고용 유지 대책을, 미국은 실업급여제도를 적용했다.


유럽 주요국은 대량 해고 자체를 막는 데 주력했다. 해고 대신 단축근로나 일시휴직을 활용한 사업장을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고용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회보험료 감면, 휴업수당 보전 비율 확대, 신청 절차 간소화 등을 추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의 쿠르츠아르바이트(kurzarbeit)다. 독일은 단축근로수당에 대한 고용주의 사회보험료 부담을 올해 말까지 정부가 전액 보전한다. 지원 대상에는 임시ㆍ계약직까지 포함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주변국도 유사한 제도를 잇따라 도입했다. 우리나라의 고용유지지원금 역시 유럽식 모델에 가깝다.

반면 미국은 실업자의 소득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해고를 막지 않고 실업자에게 직접 소득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경기부양법안(CARES)을 통해 지난 7월 말까지 주당 600달러의 실업수당을 지급했다.


유럽과 미국 실업 대책은 방식만큼 결과도 확연히 다르게 나타났다. 미국의 실업률이 급상승하는 동안 유럽의 실업률은 대체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유럽연합(EU) 공식 통계기구인 유스스타트에 따르면 EU의 지난 4월 역내 실업률은 6.6%로 전달 대비 2%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면 미국의 4월 실업률은 14.7%로 전달에 비해 무려 10.3%포인트 급등했다. 미국에서는 4월 한 달 만에 20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유럽식 고용 대책이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최근에는 다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유럽 주요 4개국에서는 1100만명의 노동자가 여전히 일시휴직 상태다. 이는 전체 노동인력의 9%에 달한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일시휴직자는 크게 감소했으나 영국에서는 일시휴직자 비율이 15%(7월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시휴직제를 도입한 목적은 봉쇄 기간 고용주의 일시적인 자금난을 해소해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고 유지시킴으로써 경제활동이 재개됐을 때 이들을 다시 고용시장으로 신속하게 복귀시키기 위해서다. 한번 해고된 이후에는 다시 직장을 찾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고용' 상태를 유지시키겠다는 것이다. 일시휴직제도는 실업수당에 비해 소득대체율이 높고 소비심리 안정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일시휴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 같은 장점 대신 부작용이 부각되고 있다. 유럽식 고용안정제도는 그 장점에도 구조조정을 늦춘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이코노미스트는 '통증완화-유럽의 일시휴직제도 축소되나?'라는 기사에서 "일시휴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일상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는 반면 다른 직업을 찾아나설 유인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유럽식 고용유지제도가 실업률을 정말 낮췄는지도 의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일시휴직자를 포함할 경우 유럽 주요 4개국의 실업률은 12~20%에 달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미국 실업률은 지난 4월 정점을 찍은 뒤 지난달엔 8%까지 낮아졌다.

이 같은 지적은 국내에서도 나왔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단축근로는 충격 장기화 시 구조적 실업 증가를 회피하기 어렵고 경기 회복 시 인력의 최적 배분을 제약함으로써 오히려 고용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용 정책 당국이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다




강희종 경제부장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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