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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로 본 세계] 저위력과 고위력 핵탄두, 뭐가 더 위험할까?

최종수정 2020.02.14 11:20 기사입력 2020.02.0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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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모습.[이미지출처=미 해군 홈페이지/www.navy.mil]

미군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모습.[이미지출처=미 해군 홈페이지/www.navy.mil]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최근 미 국방부가 처음으로 저위력 핵탄두가 탑재된 탄도미사일을 잠수함에 실전배치했다고 밝히면서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저위력 핵탄두란 전략핵무기보다 폭발력도 약하고 유출되는 방사능 수치도 매우 낮은 핵무기를 의미하죠. 하지만 피해가 적은만큼 실제 재래식 전력으로 전장에서 쓸 가능성이 훨씬 높은 핵무기입니다. 무기의 위력은 줄어들었지만 결국 실전 사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실제로는 더 위험해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셈이죠.


미국 국방부는 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 해군이 저위력 핵탄두를 탑재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인 W76-2 미사일을 잠수함에 실전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방부는 이번 실전 배치가 러시아와 같은 잠재적 적대국들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죠. 앞서 미국과학자연맹(FAS)에서 미 해군이 저위력 핵무기를 미국의 핵잠수함인 테네시호에 장착해 대서양에 실전 배치됐다고 밝혔으나 미국 국방부가 직접 성명을 통해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로서 미군은 사상 최초로 저위력 핵탄두를 잠수함에 실전배치하게 됐죠.

미국 핵잠수함의 미사일 발사대 모습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미국 핵잠수함의 미사일 발사대 모습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여기서 저위력 핵탄두란 전략핵무기보다 약한 위력을 가진 핵무기를 의미합니다. 일반 SLBM 핵탄두보다 100분의 1 수준인 5킬로톤(kt) 정도 내외의 위력을 가지죠. 전략핵무기에 비해 방사능 오염수치도 약 10% 수준 정도로 알려져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무기 위력을 떨어뜨린걸로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저위력 핵탄두는 전략핵무기에 비해 실전 사용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전략핵무기보다 위력이 약하다고 해도 폭발 반경 2km내를 초토화시킬 수 있어 재래식 무기로는 매우 강력한 무기로 평가받습니다.


사실 1950년대 냉전기 이후 핵무기라 하면 보통 전략핵무기를 의미해왔고, 적어도 대도시 하나를 한번에 초토화시킬 수 있는 수준의 무기를 의미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실전 사용된 경우는 그만큼 없었죠. 무기의 힘이 워낙 세서 오히려 더 쓰기 어려워진 셈입니다. 이를 흔히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 전략이라고 부릅니다. 먼저 이 무기를 쓴 후 적도 이 무기로 반격했을 때 둘다 모두 파괴되는 만큼 실전에서 상호 쓰지 않으려고 오히려 노력하는 무기를 뜻하게 됐죠.


역설적으로 냉전기에는 1,2차 세계대전때와 달리 화력전이 발생하지 않았던 이유가 이 핵무기 때문이었다는 분석들이 나옵니다. 이를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이라고 불렀죠. 핵무기가 실전 사용된 것은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미군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무기를 투하했을 때 뿐이었고, 그 이후 당시보다 핵무기가 훨씬 많이 발전했지만 단 한번도 사용되지 않았죠. 일단 한번 쓰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공포심리 덕이었습니다.

지난해 8월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직후 미군이 공개한 탄도미사일 실험발사 모습[이미지출처=미 국방부 홈페이지/www.defense.gov]

지난해 8월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직후 미군이 공개한 탄도미사일 실험발사 모습[이미지출처=미 국방부 홈페이지/www.defense.gov]



하지만 저위력 핵탄두와 같은 전술핵무기는 사정이 다릅니다. 지하 군시설을 파괴하는 벙커버스터보다 폭발력이 좋고 폭발 이후 수시간 후에 바로 지상군 파견이 가능할 정도로 방사능 오염 수치도 낮기 때문에 오히려 지상전에서 더 활발히 쓰일 수 있다는 것인데요. 잠수함 뿐만 아니라 전폭기에도 쉽게 배치할 수 있어 재래식 전투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지전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결국 더 높은 살상력을 가진 재래식 무기가 배치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보니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이후 이처럼 전술핵과 미사일 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핵군비경쟁이 점차 심화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러시아가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등 신형 핵전력을 과시하면서 미국 내에서도 저위력 핵무기에 대한 옹호론이 확산되고 있죠. 양국이 직접 부딪힐 가능성은 여전히 적지만, 양측이 전 세계 내전지역을 상대로 대리전을 벌이고 있는만큼, 이들 전장에서 저위력 핵탄두가 나올 날이 가까워질 것이란 우려는 커지고 있습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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