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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교육감의 신념과 그 자녀의 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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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교육감의 신념과 그 자녀의 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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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노력은 한국에서 투자 대비 가장 효과적인 일 중 하나다. 좋은 대학에 가려면 좋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게 주효하다. 좋은 고등학교에 가기 위해 투자하는 것 역시 합리적 선택이다. 어떤 대학을 나왔느냐에 따라 사회ㆍ경제적 위치가 결정되는 시스템이 바람직하냐 아니냐를 떠나, 현실이 그렇다면 각 개인은 그에 부합한 행동을 하는 게 당연하며 전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물론 이 같은 시스템을 무조건 긍정하고 보자는 뜻도 아니다. 시스템이 공정하지 않거나 특정인에게만 유리하게 작동한다면 우리는 변화를 꾀해야 한다.


현 교육 시스템을 바꾸려는 인사들이 자신의 자녀를 어느 학교에 보냈나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있다. 개혁의 주체가 누려온 것 그러나 개혁의 대상은 접근하지 못하게 된 것 등을 생각하면 세간의 비판은 비교적 온당하다. 그러나 우리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니 하며 비난을 쏟아붓기에 앞서 생각해봐야 할 또 다른 측면도 있다.

학생은 자신의 인생 설계에서 필수적인 것, 만약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라고 판단된다면, 그것을 쟁취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학생 본인이다. 학교 선택 과정에 부모로부터 조언과 도움도 받게 되지만 이는 절대적이지 않으며 절대적이어서도 안 된다. 부모가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가졌다고 해서, 엄연히 작동하는 시스템 속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선택을 자녀에게 강요할 권리 같은 건 부모에게 없다. 부모의 신념에 맞춰 자녀의 진로도 결정돼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녀가 부모의 소유물이라 여기는 시각을 배제하고선 이해하기 어렵다.


일반인이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는 위치에 있는 지도층이라면, 자신의 주장에 부합한 삶을 살았을 때 그 주장을 펼칠 자격도 생긴다는 의견이 이 사회에는 많다. 주장과 실제 행동이 부합한 삶은 그 나름대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시스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바꾸려는 '의지'와, 그 시스템이 유지되는 동안 가장 합리적 '선택'을 하는 것은 충분히 분리될 수 있는 별도 영역에 있다. 특히 의지와 선택이 동일인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부모와 자식이란 개별 주체의 문제라면 영역 분리는 더 명확해진다. 물론 그 선택이란 것이 비윤리적이거나 정의롭지 못한 일은 아니어야 하며, 불법 때로는 권력을 이용한 편법이 아닐 경우에만 그렇다. 그래서 우병우의 아들과 조희연의 아들은 전혀 다른 사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최근 인터뷰에서 자신의 자녀가 외고를 나왔다는 사실을 '사죄'했다. 그에게 왜 그랬냐고 물었다. 설명을 하면 할수록 말꼬리를 잡히기 때문에 그냥 그러고 말았다고 그는 털어놨다. 필자는 그의 교육 정책에 반대하는 부분이 많다. 자사고 폐지에도 할 말이 있다(이런 문답이 오간 인터뷰 전문은 오는 22일자 아시아경제에 게재된다).

그러나 그가 자사고ㆍ외고 폐지라는 정책 방향을 선택한 것과, 그의 자녀가 외고에 진학하겠다고 수년 전 결정한 것은 상호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다. 우리가 그의 교육 정책에 반대한다면 그것은 그의 자녀가 외고를 나왔기 때문이 아니라 그 정책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지 못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어야 한다. 사회적 약자의 이익을 옹호하는 사람이 반드시 사회적 약자여야 할 필요는 없다. 고액 강연료를 받는다고 소득불평등 문제를 지적할 자격을 잃는 것도 아니다.






신범수 기자 사회부장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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