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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시진핑의 방북이 반쪽짜리 성공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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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대국(大國)의 책임을 보여줬다. 북ㆍ중 관계의 새 장을 열었고 한반도 정치 대화 프로세스에 새 힘을 불어넣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의 지난 20~21일 북한 방문에 대해 중국 정부와 관영 언론들이 내놓고 있는 공통된 평가다. 중국 안에서는 북ㆍ중 관계, 한반도 비핵화 모두 시 주석의 북한 방문을 계기로 진전을 이뤘다는 내용의 '자화자찬'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 최고 지도부의 해외 방문 후에 어김없이 나오는 단골성 평가지만 이번엔 좀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 주석의 북한 방문 성과에 띄우기는 관영언론이 주도했다. 한 가지 사실을 각 방송사가 저마다 조금씩 다른 색을 넣어 보도하는 한국의 사정과는 달리 중국 관영언론은 TV 뉴스, 신문 상관없이 저마다 같은 내용을 보도한다. 저녁 7시 메인뉴스 시간대에는 어느 지역, 어떤 뉴스 채널에서든 판박이 같은 보도가 쏟아진다.


시 주석의 방북 때에는 이틀 연속 시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화기애애한 분위기, 평양 시민들의 시 주석 환영 분위기가 전파를 탔다. 전체 43분인 메인 뉴스 보도 시간 가운데 30분 이상이 시 주석의 북한 방문 보도로 채워질 정도로 비중을 뒀다. 뉴스를 본 중국인이라면 남녀노소 관계 없이 시 주석의 북한 방문이 매우 의미있고 중요하며 만족할만한 성과를 냈다는 인식을 가질 정도의 꼼꼼한 포장이었다. 언론을 통제하고 조종해 원하는 방향의 보도를 하게끔 하는 중국의 언론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 셈이기도 하다.


이번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시 주석의 북한 방문이 성공적이고 특별했던 것으로 보여져야 하는 결정적 이유로 알려져 있다. 베이징 안에서는 짧은 방문시기, 방문 발표시기, 적은 규모의 수행단 등 여러 정황으로 볼때 시 주석의 방북 자체가 G20 회의 기간 미ㆍ중 정상회담이 뒤늦게 확정되면서 급하게 잡힌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방문이라는 것이다.

과거 북ㆍ중 정상 만남 때와는 달리 이번 만남은 시 주석의 베이징 출발에서부터 평양 도착, 북측 환영 행사, 카퍼레이드, 정상회담, 만찬, 축하공연, 우의탑 참배 등에 이르기까지 전 일정에 큰 시차를 두지 않고 보도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또 영상 공개를 통해 내용을 고스란히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중국이 미국을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중요한 시기에 굳이 비공개 만남을 통해 미국의 오해를 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순효과를 계산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시 주석의 진정한 방북 성과는 오는 28~29일 G20 정상회의 기간 다시 한번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다시 나오게 하는데 역할을 하고 그 대가로 무역협상에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낼지, 혹은 남ㆍ북ㆍ미 주도로 전개되고 있는 비핵화 협상 구도가 중국이 개입하는 4자 구도로 전환될지는 이번주 G20 기간이 끝나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것이다. 중국은 자연스레 G20 회의 기간 세간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주인공 자리를 꿰차게 됐다.


시 주석이 자국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서둘러 결정한 방북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가 미ㆍ중 무역 긴장감 완화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ㆍ미 간 대화재개로 이어진다면 국제사회도 가감없이 중국의 노력을 호평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게 중국의 미ㆍ중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에 동원된 보여주기식 '쇼'였던 것으로 드러날 경우 평가는 혹독해질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후 별도의 공동 선언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알맹이 없는 정치적 이벤트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의 자국 이익을 위한 노림수와 국제사회의 이익이 딱 맞아 떨어지는 윈-윈이 될지 궁금해지는 한 주다.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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