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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3인터넷은행 좌초는 예고된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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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금융업계 전체가 제3인터넷은행의 탄생을 점쳤으나, 신청 업체 두 곳 모두 탈락했다. '백조는 희다'라는 오랜 일반론이 신대륙에서 발견된 검은 백조 한 마리 앞에서 무너졌듯이, 예상 밖의 탈락은 인터넷은행에 대한 비관론에서부터 규제 완화론, 그에 대한 격렬한 반대까지 예기치 못한 파장을 가져왔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예기치 못한 '검은 백조'의 출현이었을까? 과연 금융위원회가 설명한 것처럼 예상보다 신청 업체들의 '혁신성'과 '자금력'이 부족한 것이 실패의 이유였을까?


사실 제3인터넷은행 출범의 좌초와 흥행 실패는 이미 지난해 가을 인터넷은행법의 국회 심사 과정에서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의 여야 의원들은 기존의 은행법에서 규정한 대주주 자격 조항을 그대로 인터넷은행에도 적용할 것인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특히 공정거래법 등 위반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은행법 조항을 그대로 가져올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자유한국당은 공정거래법 등의 위반 가능성이 거의 없는 기존의 금융회사들과 달리, 상시적으로 위반 가능성에 노출된 산업자본의 특수성을 고려해 해당 조항을 적용하지 말 것을 주장했다. ICT기업 등 새로운 산업자본의 진입을 통해 금융업의 혁신과 경쟁을 촉진한다는 인터넷은행법의 취지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면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특정 시민단체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며 규제를 그대로 묶어둘 것을 주장했다. 그들은 시대의 변화와 현실의 요구는 외면하고 구시대적인 진입 장벽을 고수했다. 마치 19세기에 신산업의 변화를 거부하며 기계를 부쉈던 러다이트 운동과 같이 그들의 지지 기반과 기존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며 변화와 혁신을 틀어막으려 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한국당의 주장은 여당의 반대와 정부 측의 비협조로 관철되지 않았고 인터넷은행법 제정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공정거래법 등 위반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낡은 자격 조항은 당장 기존 인터넷은행들의 발목부터 잡았다. 케이(K)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되겠다고 나선 KT와 카카오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된 것이다.


기존 인터넷은행들의 사정이 이런 마당에 신규 진입을 기대하던 네이버, 인터파크 등 유력 ICT기업들이 나설 턱이 없었다. 자연히 제3인터넷은행 심사는 자본이 부족하거나 혁신성이 없는 '마이너리거'들의 각축장이 됐다. 따라서 혁신성과 자본의 부족은 금융위의 말처럼 인터넷은행 출범 실패의 원인이 아니다. 구시대적 규제의 필연적인 결과다. 모든 원인과 책임은 턱도 없는 진입 장벽을 세워놓고 기업에 참여를 강권하는 정부와 여당의 뒤처진 경제 인식에 있다.


그들은 겉으로는 그 누구보다 소리 높여 공정 경제를 외친다. 심지어 낡은 대주주 자격 조항을 유지해야 하는 명분으로도 공정성을 내세운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불공정성은 규제라는 허울을 쓴 특혜와 이권의 보호막에 안주하고 있는 기득권층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춰 혁신적이고 강력한 주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도록 해야 소비자들에게 더 싸고 더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높은 진입 장벽은 기업들의 경제적 기회를 앗아가는 불공정을 야기하고 소비자들의 이익을 침해한다.


지난달 24일 필자가 대표 발의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은 진입 장벽을 낮춰 시장의 불공정성을 완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담고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 등 요건을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이다. 과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을 담은 불완전 입법이 제3인터넷은행 출범 좌초와 기존 인터넷은행들의 위기를 불러온 근본 원인인 만큼 한국당은 본 법률안을 당 중점 추진 법안으로 포함시켜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는 "우리가 검은 백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유일무이한 이유는 과거의 관찰을, 미래를 결정짓는 것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 여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이 더 이상 과거의 낡은 산업을 관찰하던 잣대로 신산업을 재단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로 인한 검은 백조의 저주는 모두 국민이 짊어져야 할 몫이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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