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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perspe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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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문화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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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視覺)을 생물학적으로 설명하면 '빛의 감각 및 그에 따르는 공간의 감각'이다. 눈이 주로 하는 일이다. 인간은 시각을 사용해 외부 물체의 크기ㆍ형태ㆍ밝기 등을 분간하며 위치와 움직임도 알아낸다. 시세포가 있어서 빛을 감지하는 곳은 망막이다.

눈이 밝아서 물건을 쉽게 찾고 작은 물건도 금세 골라내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때 '저 사람은 눈이 참 좋다'고 한다. 그런데 '시각이 뛰어나다'고 하면 조금 다른 뜻이 된다. 이때 시각은 주로 관점이라는 뜻이다. 영어로 'point of view'나 'perspective'다. 나는 perspective란 단어를 좋아한다. 시각과 관점, 사고의 균형, 원근감. 원근감은 곧 미술의 원근법을 떠올리게 만든다. 원근법은 공간사상(空間事象:3차원)을 평면(2차원)에 묘사적으로 표현하는 회화기법이다.
어린아이의 그림에서 원근감을 느끼기는 어렵다. 아이들은 대개 중요한 사람을 크게 그린다. 그래서 앞에 선 사람을 뒤에 선 사람과 같게 그리기도 하고 뒤에 선 사람을 더 크게 그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시각은 중요도를 따져 앞뒤를 구분하는 정신의 작동방식이 아닐까. 그 결과가 사람과 세상을 바꿔놓는 것이다. 물론 상상과 예측의 공간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구성하고 발전시킨다. 그 대상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포괄한다.

나는 22일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주제는 '포스트휴먼 시대 문ㆍ예ㆍ체 교육의 가치와 비전'이었다. 프스트휴먼은 트랜스휴머니즘이 예견하는 존재로서 과학 기술을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성능'을 장착한 인간 이후의 존재자다. 토론의 분위기는 밝지 않았다. 과학의 발전은 테크놀로지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고, 학교 교육의 체계는 인공지능의 능률을 이길 수 없으리라는 것이다. 인간 사회에 대한 다양한 성찰과 창의ㆍ융합적 사고를 요구한 이은적 대구교대 교수의 논문이 결론을 갈음했다.

주제나 결론과 무관하게 학술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의 강연이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번역해 큰 성공을 거둔 그는 사피엔스는 물론 하라리의 후속작 '호모 데우스(HOMO DEUS)'를 넘나들며 명쾌한 논리를 전개했다. 호모는 '사람 속(屬)'을 뜻하는 학명, 데우스는 신(神)이니 호모 데우스는 곧 '신이 된 인간'이다. 하라리는 인간이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까지 타협하고 나아갈지 종의 차원에서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호모 데우스의 208~210쪽에 재미있는 얘기가 우화처럼 전개된다.
잉글랜드의 기사 존은 살라딘이 점령한 성지를 탈환하기 위해 일어선다. 지중해를 건너 성지에 상륙한 존은 사악한 아랍인들이 자신과 같은 믿음을 공유했음을 알고 놀란다. 물론 그들은 기독교도가 이교도이고 이슬람교도들이야말로 신의 뜻에 복종한다고 생각했지만. 하라리는 '이 모든 이야기가 상상의 실오라기'라고 썼다. 인간의 몸이 불멸을 획득하든 말든, 인공지능과 어떤 타협을 하든 결정은 결국 눈(시각)의 과업이 된다. 그리고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이 감옥에 간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그것은 먼 미래의 고민도 아니다.

문화부 부국장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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