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밝아서 물건을 쉽게 찾고 작은 물건도 금세 골라내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때 '저 사람은 눈이 참 좋다'고 한다. 그런데 '시각이 뛰어나다'고 하면 조금 다른 뜻이 된다. 이때 시각은 주로 관점이라는 뜻이다. 영어로 'point of view'나 'perspective'다. 나는 perspective란 단어를 좋아한다. 시각과 관점, 사고의 균형, 원근감. 원근감은 곧 미술의 원근법을 떠올리게 만든다. 원근법은 공간사상(空間事象:3차원)을 평면(2차원)에 묘사적으로 표현하는 회화기법이다.
나는 22일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주제는 '포스트휴먼 시대 문ㆍ예ㆍ체 교육의 가치와 비전'이었다. 프스트휴먼은 트랜스휴머니즘이 예견하는 존재로서 과학 기술을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성능'을 장착한 인간 이후의 존재자다. 토론의 분위기는 밝지 않았다. 과학의 발전은 테크놀로지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고, 학교 교육의 체계는 인공지능의 능률을 이길 수 없으리라는 것이다. 인간 사회에 대한 다양한 성찰과 창의ㆍ융합적 사고를 요구한 이은적 대구교대 교수의 논문이 결론을 갈음했다.
주제나 결론과 무관하게 학술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의 강연이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번역해 큰 성공을 거둔 그는 사피엔스는 물론 하라리의 후속작 '호모 데우스(HOMO DEUS)'를 넘나들며 명쾌한 논리를 전개했다. 호모는 '사람 속(屬)'을 뜻하는 학명, 데우스는 신(神)이니 호모 데우스는 곧 '신이 된 인간'이다. 하라리는 인간이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까지 타협하고 나아갈지 종의 차원에서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호모 데우스의 208~210쪽에 재미있는 얘기가 우화처럼 전개된다.
문화부 부국장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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