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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컬처]기타 히어로, 제프 벡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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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컬처]기타 히어로, 제프 벡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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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기타리스트. 1980년대에 음악 좀 들었다는 아재들은 들어봤을 표현이다. 기네스북 같은 인증 기관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방송과 잡지 혹은 앨범 해설지에 종종 세 명의 이름이 나란히 등장했다. 문제는 이름이 자꾸 바뀐다는 것이었다. 주로 에릭 클랩톤, 지미 페이지, 제프 벡, 지미 핸드릭스 중 3명이었다. 빠르고 난해한 연주를 좋아했던 팬들은 잉베이 맘스틴과 조 새트리아니, 스티브 바이를 새로운 3대 기타리스트로 묶어 부르기도 했는데 다 옛날이야기, 20세기 소년들의 추억이다.


일렉트릭 기타의 아버지라고 부를만한 지미 핸드릭스, 레드 제플린이라는 최고의 록그룹을 이끌었던 지미 페이지, 일반 팝 팬들도 알만한 히트곡을 수두룩하게 보유한 에릭 클랩톤, 이 세 명에 비해 제프 벡은 인지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실력에 비해 평가가 박하다는 말보다 평가에 비해 인기가 없었다는 말이 적합하리라. 상업적으로도 앨범 판매고나 공연의 규모 면에서 커리어 내내 열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기타 연주자로서 제프 벡이 남긴 업적은 세계 3대 기타리스트라는 칭호를 받기에 충분하다. 그는 블루스와 록은 물론이고 재즈와 일렉트로닉 장르까지 넘나들며 기타라는 악기의 가능성을 넓혔다. 노래를 얹은 곡들도 있지만 그의 본령은 오직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만 승부를 보는 본격 연주에 있다. 기타 피크조차 내려놓고 맨손으로 빚어내는 황홀한 연주를 듣노라면 실제로는 없는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런 그가 얼마 전 1월10일에 세상을 떠났다.

세계 3대 기타리스트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된다. 에릭 클랩턴과 제프 벡, 지미 페이지가 모두 야드버즈라는 그룹 출신이라는 사실도 퍼즈, 태핑, 아밍 등등 전문용어도 알 필요 없다. 다만, 아직 제프 벡의 연주를 맛본 적 없다면 너무 안타깝다. 제프 벡의 이름조차 낯선 분에게는 입문곡으로 ‘Cause We‘ve Ended as Lovers’라는 연주곡을 소개한다. 이왕이면 2007년 Crossroads Festival에서 베이스 연주자 Tal Wilkenfeld와 함께 한 영상을 찾아보시길. 기타의 거장이 겨우 21살의 앳된 베이시스트와 교감을 주고받는 무대가 뭉클하게 느껴진다. 이 영상이 마음에 들거나 이 곡 정도만 알고 있는 초심자라면 명반 중 명반 ‘Blow by blow’를 쭉 들어보시라. 공연 영상도 좋은데 이 앨범만큼은 리마스터가 잘 된 버전의 음원을 찾아 온전히 귀로만 감상해보기를 권한다. 재즈는 취향이 안 맞고 록음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Guitar shop’ 앨범이 좋겠다. 호쾌한 비트 위에서 강렬한 톤을 뽐내는 색다른 제프 벡을 만날 수 있다. 이 앨범은 내가 처음으로 제프 벡을 알게 된 앨범이기도 하다. 헤비메탈에 경도된 중학생이었던 시절, 거대한 기타가 자동차 정비소에 매달린 재킷만 보고 신인 헤비메탈 밴드의 앨범인 줄 알고 덥석 샀다가 음악을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제프 벡은 갔지만 우리에겐 또 다른 기타 혁명가 스티브 바이가 있다. 스티브 바이조차 벌써 60대 중반이라는 사실이 놀랍기도 한데, 어쨌든 그는 아직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현역 기타리스트다. 나는 제프 벡의 하드코어 버전이 스티브 바이라고 평한다. 더 빠르고 더 강렬하다. 제프 벡의 죽음을 아쉬워할 기타 팬들에게는 어느 정도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For the love of god’의 연주 영상을 추천한다. 다만 기타와 일심동체가 되어버리는 스테이지 매너는 마라맛처럼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잘 가요 제프 벡. 나의 영원한 기타 히어로.

이재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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