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유서가 사료 형태로 처음 공개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한국교회사연구소가 오는 16일 발간하는 ‘역대 교구장 유물 자료집 김수환 추기경’이다. 김 추기경의 친필 유서 등 미공개 유품 기록을 한데 엮었다.
김 추기경은 장기간 부재나 죽음을 대비해 친필 유서를 작성해뒀다. 작성 시기는 1970년 1월16일과 10월19일, 1971년 2월21일로 추정된다. 봉사하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일치하고 쇄신하기를 기원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유품에는 세례대장과 견진대장도 포함된다. 김 추기경은 1922년 7월25일 대구성당(현 계산동 주교좌성당)에서 대구 대목구 부주교(Pro-Vicaire) 베르모렐(J.Vermorel) 신부로부터 유아 세례를 받았다. 세례대장에는 “남산동에서 7월2일 김 요셉과 서 마르티나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 세례명은 스테파노, 대부는 이 베드로”라고 기록됐다.
그는 같은해 9월8일 같은 성당에서 견진성사를 받았다. 견진성사란 신앙을 성숙시키고 나아가 자기 신앙을 증언하게 하는 의식이다. 주교 또는 주교의 위임을 받은 사제가 집전한다.
자료집에는 법정스님과 인연으로 했던 ‘길상사 개원 법회 축사원고’와 고인이 입었던 첫 제의와 영대(領帶·사제가 성무를 집행할 때 착용하는 좁고 긴 띠), 교황 바오로 6세가 선물한 성작과 성반, 헌안 등록증과 장기기증신청서 관련 기록 등도 수록됐다. 김 추기경이 1986년 서울 방배동 성당 신축 기금을 마련하려고 쓴 ‘눈은 마음의 등불’ 휘호도 포함됐다. 이 글은 추기경 주치의를 지낸 김재호 원장이 구입해 소장해오다 자신이 안과 부장을 지낸 강남성모병원(현 서울성모병원)에 기증해 현재 안센터에 걸려 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자료집 발간 축사에 “한국교회의 첫 추기경인 김수환 추기경님은 훌륭한 사제이자 양들을 잘 인도하셨던 착한 목자이셨다”며 “유물 자료집을 통해 김 추기경님을 다시 만나고 추억하며 기억하기를 소망한다”라고 적었다. 한국교회사연구소는 이 자료집을 시작으로 앞으로 10년에 걸쳐 교구 200년 역사를 정리한 서울대교구 200주년사를 간행할 계획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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