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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 차별하는 은행들…우체국銀, 대법에 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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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은 비대면 금융거래 불가' 규정 논란
1·2심 재판부 "후견인 동행 요구하는 것 중지하라"
우체국銀 "명확한 법리적 판단 필요해 상고 제기"

대법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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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예금 기능을 제공하는 은행들이 차별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신장애인의 금융거래를 크게 제한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비대면 거래를 금지하거나 후견인을 데려와야 금융거래를 허용해주는 식이다. 국가기관인 우체국 은행은 관련 재판에서 패소해 업무지침까지 개선했지만, 대법원에 다시 항소했다.


23일 법조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정신장애인 18명이 장애인 차별행위 중지 등을 이유로 낸 소송에 따라 재판을 벌여왔다. 1·2심 재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이 났지만 지난해 31일 우본이 상고하며 3심을 앞두고 있다.

그간 우체국을 비롯해 대부분의 은행은 피한정후견인 결정을 받은 정신장애인들의 비대면 금융거래를 제한해왔다. 피한정후견인은 가정법원이 질병과 노령, 장애를 이유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이들이다.


자체 규정에 따라 정신장애인들은 현금카드나 인터넷·모바일 뱅킹을 쓸 수 없었고 반드시 창구를 방문해야 했다. 만약 인출하는 날부터 30일간 거래 금액이 100만원을 넘어가면 자신의 후견인을 창구에 데려와야 했다. 후견인의 서면 동의서 제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일부 정신장애인들은 의료비를 제때 이체하지 못하는 등 금융거래에 제약을 받아왔다.


재판부도 인권위도 "비대면 금융거래 제한은 권리 침해"

1·2심 재판부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관련 규정을 손질하라고 명령했다. 장애인을 이유로 금융서비스가 다르면 안 된다고 규정한 현행 차별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어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당시 "후견인 동행을 요구하는 것을 중지하라"며 "피고는 원고들이 현금 자동이체와 체크카드 거래가 가능하도록 기술적·시스템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우체국 은행은 지난해 6월 관련 업무 규정을 변경했다. 정신장애인들도 100만원 미만에 한해 현금자동지급기(ATM)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한정후견인의 동의서가 있다면 창구에서 단독으로 100만원 이상의 거래도 가능해졌다.


그런데도 대법에 항소한 이유에 대해 우본은 "항소심(2심)이 1심과 달리 우체국에서 비대면 거래 제한조치 등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다수의 사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면서 "판단근거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위자료 지급 책임을 인정했기 때문에 명확한 법리적 판단이 필요하여 상고를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고등법원이 "예금거래 조치가 기본적으로 피한정후견인의 금융거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됐다"고 판시한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규정을 두고 있는 은행들은 정신장애인을 보호하려는 조치라고 주장해왔다. 정신장애인의 비대면 거래 허용 시 금융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커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다. 동행 요구도 후견인의 동의 의사를 명확히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왔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년 5월 금융업계에 "비대면 거래를 장애인에게 허용하지 않는 금융권 관행은 장애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면서 "일정 범위에서 금융 행위를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도록 비대면 거래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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