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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포커스]SVB·CS충격에도…중앙은행, 핵심은 근원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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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독자행보…한국은행도 통화정책 고심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성명은 잘 짜여진 신중한 방식이었다."(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 고문)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의 전 최고경영자(CEO)였던 알리안츠 고문 엘 에리언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세계적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 충격이 금융시장을 강타했음에도 유럽중앙은행(ECB)이 16일(현지시간)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것에 대한 관전평을 내놨다. SVB와 CS 사태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일각에서는 ECB가 기준금리 인상폭을 낮출 것으로 예상했지만, ECB는 예고대로 빅스텝을 유지했다. 엘 에리언은 트위터에 "라가르드 총재의 성명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았다"며 신중한 소통 방식에 대해 호평했다.

ECB는 통화정책 방향에서 "물가상승률이 지나치게 오랫동안 높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돼 중기 물가상승률 목표치 2%로 제때 복귀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어 "현재 금융시장 긴장 상태를 모니터링 중"이라며 "물가와 금융안정은 상호 상충관계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물가상승률과 단호히 싸워나갈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동시에 최근 금융상황 불확실성이 커지자 향후 금리 인상 경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신중함을 보여줌으로서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감을 높였다는 평가다. 라가르드 총재는 "은행부문은 전체적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훨씬 강한 상태"라며 SVB·CS 파장 우려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ECB가 독자행보에 나서면서 각국 중앙은행도 상황에 따라 각자도생의 통화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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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치 않았던 SVB·CS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또 한차례 시험대에 놓이게 됐다. ECB가 SVB·CS 사태에도 불구하고 빅스텝을 밟은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21~22일 예정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돌발 변수의 잇따른 등장에 상황이 급변하면서 시장 전망치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Fed가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최근 급부상했다가 진정 기미를 보이면서 이날 오전 3시 기준 16.6%로 줄어들었고, 0.25%포인트 인상이 83.4%로 우세한 상황이다.


물가·고용·부동산·금융상황 각국 차별화…근원물가는 '고공행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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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중앙은행은 물가와 고용, 부동산 시장 등 처한 상황이 제각각 다른 데다 SVB·CS 변수까지 새롭게 추가되면서 통화정책 결정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전날 박기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지난 1년 반 금통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통화정책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5차 방정식이었다면, 최근 일주일 동안에는 8차 방정식을 푸는 것 같다"며 "SVB 사건이 CS 사건으로 확산된 지금으로서는 시장 상황을 더욱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에너지·식료품 제외)가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것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최대 고민사항 중 하나다. 유로존의 2월 물가상승률은 8.5%로 전월(8.6%)보다 상승세가 소폭 둔화했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5.6%로 전월(5.3%)보다 상승해 유로화 도입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의 근원물가는 계속 상승 중인데 지난해 에너지 문제가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공급측 충격이라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근원물가가 올라가면서 ECB가 빅스텝 유지로 이를 꺾기 위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도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6.0%오르면서 전월(6.4%)보다 오름폭을 줄였지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보다 0.5% 오르면서 상승폭이 확대됐다. 주택 임대료를 비롯한 주거 비용이 근원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주거비가 근원 CPI 상승분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우리나라 역시 근원물가는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2월 물가 상승률이 4.8%로 10개월 만에 4%대로 둔화했지만,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4.0% 상승하면서 여전히 높은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박 위원은 "3월이 되면 물가상승세가 많이 둔화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건 기저효과"라며 "트렌드가 꺾였냐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은 아니다"고 우려했다. 그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떨어진 것은 좋은 뉴스지만 3월 데이터까지는 좀 더 봐야 할 것"이라며 "당분간은 근원물가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은 최창호 조사국장은 "전반적으로 물가 상승세는 둔화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근원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누적된 비용 압력이 있는 데다 공공요금 인상 압력도 있어서 향후 흐름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주요국 가운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캐나다 중앙은행이 먼저 금리인상을 멈췄다"면서 "SVB·CS 파장이 적지 않은 가운데 각 나라별 은행부문 견실함 정도도 차이가 있어 통화정책 차별화도 본격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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