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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골든타임을 허비하는 방법

최종수정 2019.11.01 11:00 기사입력 2019.11.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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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16일 오후 5시24분. 완전히 뒤집혀진 세월호 주위에서 단원고 학생 A군이 발견됐다. 6분 뒤 3009함으로 이송된 A군은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이송된 지 30분가량 지난 5시59분 A군은 맥박이 잡혀 있었고, 산소포화도는 69%였다.


원격시스템을 통해 지켜보던 의료진은 병원 이송을 지시했고, 해경은 6시35분까지 헬기를 통한 이송을 준비했다. 하지만 헬기 이송은 이뤄지지 않았다. A군이 응급처치를 받고 있던 3009함에는 헬기 2대가 왔지만 A군 대신 고위 간부들을 싣고 돌아갔다. 오후 5시40분에 도착한 헬기는 4분후 김수현 당시 서해청장을 싣고 떠났고, 오후 6시35분 도착한 헬기는 오후 7시 김석균 당시 해경청장을 싣고 떠났다. A군은 헬기 대신 P22정으로 옮겨졌고, 또 다른 배인 P112정으로 다시 옮겨져 그곳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ㆍ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공개한 영상은 '골든타임'이 어떻게 허비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해경청장을 태우기 위해 왔던 헬기는 응급환자부터 옮겨야 했다. 해경청장은 구조 상황을 최전선에서 보기 위해서 왔을 터, 응급환자가 배에 옮겨진 것을 알았다면 '분명' 환자 이송을 위해 '기꺼이' 헬기 자리를 양보했을 것이다. 아마도 '의전'을 중시한 현장의 간부들이 회생 여부가 불투명한 응급환자 1명보다 인사권자인 청장의 이동을 중히 여겨 청장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이건 순전히 필자의 추정이다. 설마 청장쯤 되는 사람이 응급환자의 존재를 알고도 자기 갈 길만 가지는 않았을 것이리라 믿는다.)


최근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고객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발표를 하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들이 고객수익률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며 내놓는 정책의 핵심은 직원 평가에 고객 수익률 반영 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올해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 가격이 폭락, 도마에 오른 한 은행은 지난달 고객이 가입한 투자상품을 리콜할 수 있는 책임판매제도를 도입하고, 핵심성과지표(KPI) 평가에서 고객수익률의 배점을 두 배로 높이기로 했다. DLS 사태에 이름을 올린 다른 은행 역시 회장이 직접 나서 고객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은행뿐 아니다. 증권사들도 판매 상품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고객수익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한 정책을 발표했는데 방식은 '대동소이'하다. 인사고과에 고객수익률 배점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발표를 볼 때마다 들었던 의문점은 '그럼 그동안 금융회사들은 무엇으로 직원들을 평가한 것일까?'였다. 최근 고객수익률 배점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한 은행이 그간 고객수익률에 부여한 배점은 5%였다. 그나마 돈 많은 고객들 위주인 PB센터 직원만 그렇고 일반영업점은 그조차 반영되지 않았다. 또 다른 은행의 고객수익률 배점은 불과 2%였다. 대신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상품판매에 대해서는 20%를 배정했다. 고객 수익보다 은행 수익에 배점을 최대 10배나 더 준 셈이다.


물론 금융기관들도 수익을 추구하는 회사다 보니 더 많은 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저금리 상태에서 이자 장사를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니 수수료가 많이 생기는 상품을 개발해 파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문제는 금융기관 수익의 원천이 어디 있는가다. 은행의 이자 장사든, 증권사의 상품이든 고객이 이들을 믿고 돈을 맡겨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세월호 사태로 국민의 안전보다 윗사람의 의전이 더 중요했던 이들의 민낯이 드러났듯이 각종 파생금융상품 사태로 고객 수익보다 수수료가 더 중요시됐던 금융기관들의 민낯이 드러났다. '뭐가 중한지' 참사를 겪고도 깨닫지 못한다면 '골든타임'은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진다.




전필수 금융부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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