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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감원시대 '참수저'가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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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생산직은 금수저, 사무직은 흙수저"

최근 만난 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공통된 단어다. 금수저와 흙수저로 대변되는 이른바 계급론이 최근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기업들 사이에서도 불거지고 있다는 것이다.
얼핏 '생산직=금수저' 주장이 생뚱맞을 것 같지만 속을 뜯어 보면 그렇지 않다. 국내 최대 사업장을 보유한 한 대기업의 경우만 하더라도 생산직은 강성노조가 버티고 있다. 생산라인별로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이나 복지수준을 얼마나 낮춰서 합의하느냐가 중요하지 구조조정이나 감원 얘기는 논외(論外)다.

반면에 사무직 사이에서는 다시 PIP라는 칼바람이 진행 중이다. 이름은 역량향상과정이지만 사실상 이 프로그램에 들어가면 저성과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다. 내년부터 정년이 60세지만 58세, 59세 간부직들은 퇴직압력을 받고 적지 않은 인력이 회사를 그만두고 있다고 한다.

사무직 사이에서 '정년퇴직'이라는 말이 사라진 지 오래다. 외환위기 이후 경영환경이 시시각각 급변하고 이에 맞춰 기업들이 상시적으로 구조조정과 조직개편, 인력 재배치 등을 진행하면서 정년퇴직은 꿈 같은 얘기가 됐다.
삼성그룹만 하더라도 단 한 번도 공개적으로 감원을 진행하지 않았지만 올 들어 현재까지 삼성전자 1200여명을 포함해 수천여 명이 퇴사했다고 한다. 업황부진을 겪고 있는 조선, 해운, 철강 등 중후장대업종에서도 이미 수천여 명이 직장을 떠났다. 대우조선해양 같은 회사는 채권단에 자금수혈을 받는 대신 3000여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거리로 나간 직장인들이 갈 곳은 거리(치킨집 같은 자영업)밖에 없다. 제조업의 위기가 자영업의 위기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내년은 더 혹독한 구조조정의 시대가 될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도에 자산매각, 인력감축, 사업철수 등의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 여부를 물었더니 16.3%가 '계획이 있다'고 대답했다. 600대 기업이라면 100여개 기업에서 구조조정을 한다는 말이다. 1000대 기업이라면 163개 기업이다. 전경련은 매년 11월 다음 해 경영환경조사를 실시하는데 구조조정 계획여부를 묻는 항목을 넣은 것은 2012년 이후 3년 만이다. 2012년도 당시 동일 문항에 대해서는 있다(15.3%), 없다(84.7%)로 답변했다.

2012년 당시는 2010년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유럽 전체로 전이되면서 경제위기가 확산되던 시기였다. 주요 그룹들은 당시의 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해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했다. 구조조정 시대의 생존법은 결국 버티기밖에 없다.

드라마 '미생'에서 "회사가 전쟁터면 바깥은 지옥"이라는 대사가 화제가 됐다. 요즘 화제작인 '송곳'에는 "세상에 정류장은 없어요. 우리가 있는 모든 곳이 목적지요."라는 말이 나온다. 감원시대에는 금수저도 흙수저도 아닌 참수저(참고 버티는 수저)가 살아남는다. 내년은 모두가 지금 회사에서 잘 버티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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