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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바나나 공화국의 '아이·서울·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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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시브랜드 아이서울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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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서울시가 내놓은 새 도시 브랜드 '아이ㆍ서울ㆍ유'(IㆍSEOULㆍU)가 뭇매를 맞고 있다. 14년간 써 온 '하이 서울/소울 오브 아시아'(Hi Seoul/Soul of Asia)를 대체하겠다며 시민참여형으로 1만6000여건의 응모를 받아 10만여명의 사전투표로 선정한 브랜드지만 초반 여론의 반응이 썩 좋지만은 않다.

돌이켜 보면, 예전 '하이 서울' 브랜드 때도 마찬가지였다. 히틀러의 구호가 생각난다는 사람, 도대체 무슨 뜻이냐는 반문 등이 뒤섞여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했다.
그러나 서울의 새 도시 브랜드를 둘러 싼 논란 중 몇 가지는 좀 짚고 넘어야 할 듯 하다. 우선 영문법에 어긋나는 '콩글리시'라는 비판이 있다. 외국인들이나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많이 내놓는 얘기다. 외국인들이 서울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하는 데, 아이ㆍ서울ㆍ유는 영어 문법에 맞지 않아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이런 시각에 대해 서울시는 "문장이 아니라 브랜드로 봐달라"고 반박한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 브랜드 성공 사례로 꼽는 'I♥NY', 'Be Berlin', 'I Amsterdam'처럼, 비문법적이지만 현대 영어에서는 충분히 통용 가능한 표현이고, 명사ㆍ동사의 구분이 없어지는 현대 영어의 특징을 감안하면 오히려 세련됐다는 주장이다.

지적하고픈 것은 '콩글리시'라는 비판 속에서 오랫동안 '체면치레', '남의 시선 의식하기'에 익숙하게 살아 온 한국인들의 지나친 '배려'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배려가 지나쳐 강대국의 눈치를 보면서 살고 있는 '언어 식민지'로서의 한국의 실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도시 브랜드 하나를 만들면서까지 외국인들이 척 보면 100% 다 이해할 수 있도록 영문법까지 준수해야 한다니, 이 얼마나 깊은 배려심인가?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특히 영어권 주민들은 반드시 이같은 한국인들의 '속 깊은' 배려를 알아줬으면 한다. 아이ㆍ서울ㆍ유가 국제용인 만큼 외국인들을 고려 대상에 넣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나치게 의식해서 영문법까지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래도 '바나나 공화국'의 색깔이 점점 짙어지는 증거인 듯 싶다.

묘한 것은 도시브랜드를 공격하는 이들의 면면이다. 대표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 홍보위원장인 광고브랜드 전문가 손혜원씨(60)가 비난의 선봉에 섰는데, 공교롭게도 그는 차기 대권 구도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잠재적 경쟁자인 문재인 대표 편에 서있는 사람이다.

공개적으로 새 브랜드를 공격한 또 다른 인물인 김성태 국회의원, 그도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으로 박 시장의 '저격수'로 불린다. 이러다 도시브랜드 제정 논란이 정치 싸움으로 비화될까 걱정이 될 정도다.

사실 이전 브랜드에 대해서는 바꿔야 할 필요성이 강조돼 왔다. 특히 소울 오브 아시아를 두고 중국에서는 아예 활용조차 못하도록 금지해 놓고 있었다. 최대 교류국에서 인정하지 않는 브랜드를 계속 고집하고 있을 수 없었던 점도 고려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시민들은 이미 '아이ㆍ서울ㆍ유'라는 새 브랜드를 다양하게 소비하기 시작했다. 누리꾼들은 '나는 너를 교통체증나게 할 거야', '나는 너의 월세를 올릴 거야' 등등의 패러디를 만들어 내며 '아이ㆍ서울ㆍ유 놀이'를 즐기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같은 패러디물들이 시민 각자의 처지에서 바라보고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일면을 표현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교과서가 하나일 수 없듯이, 서울이라는 도시도 1000만 서울 시민, 60억 지구인들 개개인 마다 모두 다른 이미지, 느낌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의미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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