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철강, 조선, 화학, 섬유 등 산업 전반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 사업ㆍ인력 구조조정 등 사업재편이 시급한 상황에서 산업진흥부처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자원빈국인 나라에서 저유가가 오히려 자원 확보의 호기라는 평가가 많지만 MB정부의 자원 외교에 대한 전방위 사정(司正)의 여파로 자원 개발도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이를 위해 좀비기업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는 은행 영업점과 직원에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고 한다.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에선 구조조정을 차일피일 미루던 정부당국이 이제 와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푸념한다. 기업들은 좀비기업뿐만 아니라 정상기업, 회생가능한 기업에 대해서도 돈줄이 막히고 중소기업이 가장 큰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걱정한다.
대부분 기업들도 좀비기업 정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관(官)주도가 아닌 민간, 시장주도의 구조조정이 진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른다. 그래야 금융권이 옥석을 가려 죽일 곳은 죽이고 살릴 곳은 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999년 LG반도체와 합병 당시 하이닉스의 부채는 차입금 12조원을 포함해 무려 15조8000억원에 달했으나 채권단의 채무조정과 사업매각 등을 통해 2005년 말 부채는 차입금 1조6000억원을 포함해 4조원으로 줄었다. 2003년부터는 영업익이 흑자로 돌아서 정상화에 성공했다. 매각과 청산의 위기까지 몰렸던 하이닉스는 2012년 SK그룹이 인수해 SK하이닉스로 출범해서는 SK그룹은 물론 한국경제를 이끄는 주력기업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SK하이닉스는 좀비기업의 조속한 정리도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살아날 수 있는 곳까지 죽일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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