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3국 외교장관회의의 의장국인 우리나라는 한일, 한중, 중ㆍ일 등 양자 간 현안이나 과거사 문제와는 별개로 동북아 평화를 위해 3국의 관계 정상화를 도모해왔다. 3국 간 다양한 협력사업의 성과와 향후 발전방향을 논의하고 3국 정상회담의 토대를 마련한 이번 외교장관회의에 대해 우리 외교부가 "3국 관계의 복원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진전이 있었다"고 자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달 초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사건이 터진 후 급물살을 탄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는 적잖이 외교부의 속을 끓였다. 이달 중순 같은 시기에 방한한 미국과 중국 차관보급 인사의 설전은 절정에 다달았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는 "중국의 우려와 관심을 중요시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고 이에 대해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배치되지도 않은 안보 시스템에 제3국이 언급하는 것은 의아하다"고 우회 비판했다. 여기에 우리 국방부도 "주변국이 우리 안보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되받으면서 외교 갈등 양상으로까지 비화했다.
이 와중에도 외교부는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며 말을 아끼면서 미국과 중국이라는 빅2의 패권 싸움이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눈치만 보고 있다는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가입 문제에서도 외교부는 비슷한 입장을 취하면서 여론은 더 악화됐다.
그러나 두 현안에 있어 외교부가 주무부서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유관부서다. 공론화가 되면서 모호함은 사라졌고 전략은 이미 노출돼 그 의미가 퇴색한 마당에 굳이 모호함을 전략이라고 유지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지난 주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이미 수차례 한국 정부가 말해왔다. 모두가 아는 것이며 공개된 것"이라고 했다. 사드와 AIIB 모두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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