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블록버스터의 경쟁 속에서 올 봄 개봉된 국내 산(産) 독립 다큐멘터리의 작지만 의미 있는 흥행이 반갑다. 2009년 개봉되어 전국 3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다큐멘터리 '워낭소리'의 뒤를 이어 2012년 상반기에만 무려 20편에 육박하는 독립 다큐멘터리들이 개봉돼 흥행을 일궈냈다. 공공 건축의 대가였던 고(故) 정기용 선생의 마지막 여정을 담은 '말하는 건축가'는 개봉 열흘 만에 1만 관객을 돌파하고 현재까지 누적관객 3만 명을 달성했다. 전태일의 어머니인 고(故) 이소선 여사의 마지막 2년 간의 삶을 담은 '어머니'는 전국 5000명의 관객을 동원했지만, 극장 종영 후 주로 지방 지자체와 학교 등의 무료 상영회에 단체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카메라가 인간의 삶으로 직접 들어가 담아낸 정보들이 다큐멘터리로 탄생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촬영 분량 조절이 중요하다. '말하는 건축가'는 400시간이 넘는 분량의 촬영 소스와 고(故) 정기용이 남긴 많은 자료를 선별해 탄생한 작품이다. '달팽이의 별'은 이승준 감독이 중복장애인인 주인공을 여러 번 찾아가 설득한 끝에 60분짜리 테이프로 120개 분량을 촬영했다. 또 '아르마딜로'는 전쟁의 현실을 담기 위해 전장에서 감독과 촬영감독이 목숨을 걸고 완성한 작품. 8대 이상의 하이 테크놀로지 카메라가 동원돼 폭탄투하, 탈레반과의 교전 장면 및 병사들의 미세한 긴장감까지 담아냈다.
대개 다큐멘터리는 지루하고 따분한 장르의 영화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는 철저히 '미경험' 에서 나온 잘못된 '단정'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도, 유명 배우들이 등장하는 흥미진진한 한국 상업 영화도 좋다. 아주 가끔은 우리 주변의 삶을 가감 없이 담아낸 독립 다큐멘터리에 눈을 돌리는 것은 어떨까? 제 2의 '워낭소리', 제 3의 '말하는 건축가' 등 더욱 더 많은 '다양성' 다큐멘터리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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