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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받는 상법개정]②소송 빗발 우려에…면책 사유 기준 완화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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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이사회 보수화·소송 우려
이사의 충실 의무 곡해해선 안 돼 반론도
경영 판단의 원칙 완화하는 패키지 개정 가능성도

법무부와 재계는 '주주이익에 충실한'이라는 문구가 이사 충실 의무 조항에 포함되면 소수주주가 개별 이사에 충실 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 전체로 확대된다는 의미가 지배주주와 소수주주의 이해가 부딪치는 상황에서 소수주주가 개별이사의 결정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특정 사안에 대한 이사회의 결정이 주가 하락을 불러왔다는 의미로 충실 의무가 곡해되는 경우 오히려 이사회의 보수화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재계와 법무부를 설득하기 위해 소송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경영판단의 원칙에 대한 면책 사유를 완화해주는 방식으로 패키지 개정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탄력받는 상법개정]②소송 빗발 우려에…면책 사유 기준 완화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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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상법 개정으로 의사결정 어렵고 소송 남발 초래 '우려'

현재 상법 제382조의3(이사 충실 의무) 조항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는 규정된 바 없다. 이사회가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인적 분할, 오너 일가 지분율 증가를 위한 전환사채 발행 등을 의결해도 이사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의 이용우 의원과 박주민 의원은 2022년 주주의 이익도 충실 의무의 대상으로 포함하는 개정안을 각각 제출했다. 상법을 개정해 이사 충실 의무를 주주 전반으로 확대한다면, 오너 일가의 인위적인 주가 누르기, 주주가치를 훼손시키는 인적·물적 분할 등을 견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두 법안은 아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21대 국회에서 상법 개정 논의가 시작됐을 때 기업들은 상법이 개정되면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고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개정안 내용은 이상적으로 바람직해 보이나, 모든 주주의 이해관계와 이익을 이사가 고려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형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선임연구원은 "'이사의 충실 의무'는 모든 법 중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하며 근간이 되는 민법 규정을 준용한 것으로, 개정으로 인한 다수의 부작용이 예상되는 데 반해 실질적인 주주 보호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면서 동원산업-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 사례를 꼽았다.


2022년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 발표 이후 동원산업 소액주주의 반발로 합병비율이 조정됐으나 동원ENT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하락한 사례가 있다고 짚었다. 이로 인해 동원ENT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낮아졌으므로 모두가 이익을 보는 상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정 주주의 입장을 반영한다고 해서 해당 주주와는 달리 다른 주주의 이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소액주주 간 소송이 남발될 우려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가령 이사가 단기 주주가치(배당)와 장기 주주가치(ESG) 중 어느 것을 추구해야 하느냐 선택해야 할 때 기준이 불분명해진다"며 "가치판단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경영판단의 원칙을 강화해 줄 수 있는 보완방안과 더불어 이사의 책임 완화 중 어떤 부분을 완화해줄 것인지 현실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델라웨어법)과 영국 회사법 역시 주주가 입은 피해에 대한 입증책임이 주주에게 있고, 이사의 폭넓은 경영판단을 인정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소수주주의 목소리를 결집시켰던 근본적인 원인은 주식의 저평가와 더불어 소통의 부재 때문"이라며 "진정한 의미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최근 밸류업 프로그램에 포함된 것처럼 '주주와의 대화'를 통한 자발적인 소통 노력이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충실 의무 곡해해선 안돼…경영판단 원칙 완화 방안 추진되나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 전체로 확대된다는 점에 대해 소수주주가 개별 이사에 충실 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돼선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김유성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이렇게 이해되는 경우 이사가 단기이익만을 추구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가령, 회사 장기 프로젝트 수행과정에서 손실이 누적되며 주가가 하락할 수 있는데, 소수주주가 주가 하락 부분에 대해 이사 개인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로 충실의무가 곡해되는 경우 회사의 장기성장성이 저해되고 자본시장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충실 의무는 주주 한 명 한 명이 아닌 '전체'에 대한 것으로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도입해도 이사회와 경영진은 평소에는 '선관주의 의무'에 따라 '회사'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 경영하면 된다"고 말한다. 회사의 이익이 곧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다만 '주주들 사이에 유불리가 다를 때' 비로소 충실 의무를 생각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이남우 회장은 "계열사 간 합병, 분할, 내부거래 등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적용되는 경우는 몇 가지 없고 또 매우 명확하다"며 "그럴 때는 특정 주주에게 유리하게 결정하지 말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피해가 있는 주주에 대해서는 어떻게 적절한 보상을 할지 생각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소송을 의식해 이사회가 안전한 결정만 내리는 보수적인 이사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가 불가능하도록 경영판단의 원칙을 완화하는 방안이 추진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법무부와 재계를 설득하기 위해 주가 하락을 이유로 소송을 걸지 못하도록 아예 경영판단의 원칙에 면책 사유를 집어넣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는 자본시장 분위기를 고려해 면책 제도나 책임을 경감하는 방안을 함께 개정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며 "6월에 열리는 심포지엄에서 이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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