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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반포사업장 좌초시킨 과기공의 '소탐(小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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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인출해(돈을 더 넣어) 계속 진행하는 것과 스톱(사업을 멈추고 매각) 중에 뭐가 이익인지 판단한 겁니다"


과학기술인공제회(과기공) 관계자에게 태영건설이 시공하는 반포동 사업장이 공매에 들어가는 이유를 묻자 나온 답이다. 알짜 부지에 20층짜리 주거시설을 짓는 이 사업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에 들어가면서 약속된 자금을 조달받을 수 없게 됐다. 추가 자금을 투입하느냐, 사업을 끝내느냐의 기로에서 과기공은 끝내 사업을 멈추고 부지를 파는 결정을 내렸다.

9조원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을 갚지 못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운명이 결정되는 11일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9조원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을 갚지 못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운명이 결정되는 11일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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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사업장의 처분 여부를 과기공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은 이 사업에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한 선순위 채권자여서다. 선순위 채권으로만 1520억원을 약정하고 실제 936억원을 투입했다. 주요 대주(貸主)인 과기공이 대출금을 회수하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런데 과기공의 결정에는 의문이 남는다. 부동산 경기침체에 공매로 사업장을 넘겨도 투자 원금을 모두 회수할 가능성이 낮아서다. 이미 공사가 30%가량 진행돼 입찰 매력도 떨어진다. 부지를 낙찰받아도 정비하는 데 비용이 들기 때문인데 사려는 사람이 없어 유찰이 계속되면 가격은 더 내려가 회수할 수 있는 돈이 더 줄어들게 된다.


장기전이긴 하나, 오히려 자금을 투입해 사업을 마무리 짓고 분양으로 이를 회수하는 것이 더 확실한 수익 창출 방안이 될 수 있다. 상급지인 반포 사업장인 만큼 완공만 되면 건물 매각이나 담보 대출로도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물론 과기공이 정부 산하 조직인데다 회원들의 자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결정이 보수적일 수 있다. 추가 자금을 넣는 것도, 다른 채권단이 자금을 넣어 채권 순위가 밀리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손해가 확실한 결정의 명분을 과학기술인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결국 과기공의 관심사는 사업의 정상화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이후에도 시행사, 시공사와 어떠한 협의를 하지 않았다. 지난 7일 채권을 회수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것이 전부다. 과기공 관계자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기공의 채권을 대신 매입할 시간은 충분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해당 사업장은 지난 3월4일부터 2개월 넘게 멈춰 서 있다. 터를 10m 이상 파놓은 상태로 사업이 중단됐다. 흙막이 시설을 해놓았지만, 여름철 장마가 계속되면 침하가 우려되는 등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사실상 결정권을 가진 과기공은 빠르게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 결정을 바꿀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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