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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고단했던 삶의 종착역, 이만한 데가 없지"[시니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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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이곳이 내 종착역이야

홀로 살 수밖에 없지만, 홀로 살 능력이 부족한 노인들 대상
안산시 '노인케어안심주택', 고단했던 삶 동네가 보듬어줘
보증금 500만원, 월 임대료 25만원

매일 알약 50개씩 털어넣어야 하지만
든든한 집에 고독사 걱정 덜어

지난달 28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보배 케어안심주택 사는 정기용 할아버지가 집 내부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지난달 28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보배 케어안심주택 사는 정기용 할아버지가 집 내부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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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수술을 두 번 하고, 심장 스탠드 시술받고, 폐렴까지 왔으니 별수 있나. 온갖 약으로 버티는 거지."


경기도 안산에 사는 정기용 할아버지(76)는 날마다 알약 53개를 입 안에 털어 넣어야 한다. 침대 머리맡, 손만 뻗으면 닿는 선반엔 약통들이 그득하다. 그 사이 베란다에서 돌아가던 세탁기는 탈수가 끝났다는 신호를 보냈다. 정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더니 리모컨을 눌렀다. 천장에 붙은 빨래 건조대가 다리 높이만큼 낮아졌다. 거동이 불편한 정 할아버지에게 꼭 필요한 배려였다.

"나 같은 노인이 살기에 이만한 곳이 없어. 매일 도시락 갖다주지, 1층 강당에 가면 이야기 나눌 노인네들 있지, 도우미가 와서 청소해주지, 방 안에 위급할 때 누르면 119로 연결되는 모니터까지 있어. 혹시 쓰러져도 바로 달려와 줘. 이곳이 내 종착역이야"


지난달 28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보배 케어안심주택 사는 정기용 할아버지가 집 내부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지난달 28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보배 케어안심주택 사는 정기용 할아버지가 집 내부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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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할아버지가 말하는 '종착역'은 안산 단원구 고잔동에 있는 ‘보배케어안심주택’이다. 허름하고 낡은 주택가 한가운데에 새로 올린 3층짜리 건물에는 평생 가난을 짊어지고 살았던 어르신 9명이 모여 있다. 평균 나이 75세. 모두 홀로 살 수밖에 없지만, 홀로 살 능력이 부족한 재가급여 대상자다.


김경철 안산시 통합돌봄과 팀장은 "어르신들이 몸이 아프면 통상 요양병원에서 삶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신다. 그런데 안산시에서는 작은 주택을 짓고, 마을이 동네 어르신들을 보살필 수 있도록 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이 사업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안산시는 5년 전 노인 돌봄 선도사업을 통해 보배케어안심주택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임대주택을 노인 생활에 맞게 특화해서 리모델링한 다음 안산시에 넘겨줬고, 안산시는 이를 운영하고 있다.

입주자 선정은 현재 안산지역자활센터가 하고 있다. 희망한다고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주택자여야 신청 자격이 있다. 여기에 석 달 넘게 입원한 후 퇴원한 고령자 중 입주를 신청했거나, 요양원 거주자 중 동네로 돌아오고 싶어하는 노인이나, 장기요양 재가(在家) 등급을 받은 고령자들이 우선적으로 입주할 수 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보배케어안심주택.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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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은 500만원이고 월 임대료는 25만원이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은 이 25만원도 나라에서 주는 주거급여로 해결할 수 있다. 사실상 무료로 머무는 것이다. 입주 기간은 10년이지만, 계속 연장해서 살고 싶을 때까지 살면 된다.


안산시는 이런 곳을 두 군데(고잔동·본오2동) 더 운영하고 있다. 내년까지 추가로 한 군데 더 마련한다. 김 팀장은 "안산은 매입임대주택이 많은 곳이라 LH와 협조가 순조로웠다"며 "이런 노인케어안심주택이 전국적으로도 많이 생기면 좋겠지만, 건물을 짓는데 드는 예산과 운영 방법 등의 문제로 아직 안산 정도만 특화한 시설"이라고 전했다.


정 할아버지는 9평짜리 방 한쪽에 네 뼘짜리 서예 책상도 뒀다. 예전부터 마음속에만 담아왔던 작은 공간이다. "대부도에 다 쓰러져가는 집에서 혼자 살았을 땐 상상도 못 했을 일이지. 지금도 우울증 약은 먹지만 붓글씨 쓰고 있으면 견딜 만해. 여기서는 고독사하면 어쩌나. 그 걱정은 없잖아"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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