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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진품 자본과 저품질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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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자기자본 내 영구채 비중 상승
부채비율 등 재무정보 오해 가능성 커져
공시 구체화해 '분식' 논란 해소를

[초동시각] 진품 자본과 저품질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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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이라고 해서 다 같은 자본이 아니다. 질적으로 순도가 높은 진품 자본이 있고, 자본이라고 인정해 주기에는 아리송한 저품질 자본이 존재한다. 주식 발행 과정에서 기업으로 유입되는 자본금과 주식발행초과금(APIC)은 고품질 자본이다. 기업이 장사를 잘해서 사내에 쌓인 이익잉여금도 양질의 자본에 포함된다. 진품 자본은 해당 기업의 실적이 좀 악화하더라도 자기자본 규모 내에서 손실에 대한 완충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반면 저품질 자본은 자본이지만 손실 완충장치의 기능을 충분히 하지 못한다. 자본이라고 단정하기에도 차입금으로 보기에도 애매한 자본과 부채의 중간 성격을 가진 신종 유가증권들이다. 금융회사와 일반 기업이 두루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영구채), 금융지주사와 은행이 주로 발행하는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이 대표적이다.

영구채는 계약 조건만으로 보면 영원히 갚지 않아도 되는 자본이다.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길고 계속 올라가는 이자를 감수할 수 있으면 원금과 이자를 계속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 투자자에게 정기적으로 배당만 주고 기업이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자본과 같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특정일(조기상환권 행사 기한)까지 원리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조달 금리가 급등하고 자본시장에서 신규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는 등 거의 준부도 기업에 해당하는 대우를 받는다. 흥국생명이 영구채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를 미뤘다가 자본시장에서 퇴출당할 뻔한 역사를 목도했다.


국제회계기준(IFRS)을 제·개정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기업들이 영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면 회계상 자본으로 기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국내에서는 2012년 두산인프라코어(현 HD 현대인프라코어)를 시작으로 일반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줄줄이 영구채를 발행해 왔다.


문제는 최근 일반 기업의 영구채 발행량이 빠르게 늘면서 자기자본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커진 기업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몇몇 대기업 계열사의 경우 자기자본의 거의 전부를 영구채로 채우고 있는 곳도 있다. 수년간 대규모 순손실을 입었는데도 증자 없이 줄어든 자본의 빈 곳을 영구채만으로 채워왔다. 영구채를 자본에서 빼면 사실상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는 주식이나 채권 투자자들에게 기업 재무 정보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부채비율만으로는 자본을 고품질 자본으로 채우고 있는 기업과 저품질 자본으로 채우고 있는 기업에 대한 구분이 어려워진다. 영구채가 없으면 실질 부채비율이 1000%가 넘는데도 영구채를 발행해 부채비율을 300%대로 줄였다는 식의 마케팅 같은 기업설명회(IR)도 판을 친다.


그렇다고 국제적으로 회계 권위를 부여받은 IASB가 자본으로 인정한 영구채를 재무제표에 부채로 기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자본의 품질을 구분할 수 있도록 자본의 성격에 대한 공시를 구체화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충분한 정보 공개가 이뤄진다면 그래서 자본의 품질이 확실히 구분된다면 자본시장에서 제기되는 영구채의 분식회계 논란이 사라지지 않을까.





임정수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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