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의료개혁 계속 추진"… 의료계 "원점 재검토 필요, 기존 입장 고수"

尹 "개혁 못 멈춰… 합리적 의견 챙겨 듣겠다"
의협 "크게 의미 없는 수사… 개혁 방침 바꿔야"
의대 교수 "의료계 단일안, 변함없이 원점 재검토"
사직 전공의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 해달라"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패배 이후 첫 입장에서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 밝힌 가운데 의료계가 실망감을 표하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17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 최태원 기자 peaceful1@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총선 결과와 관련해 "취임 이후 지난 2년 동안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더 낮은 자세와 더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구조 개혁은 멈출 수 없다"며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겨 듣겠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 한 의정 대화와 사직 전공의 복귀 등 움직임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같은 날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겨 듣겠다는 말은 크게 의미 없는 수사로 들린다"며 "의대 증원의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협 비대위의 입장은 전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다음날엔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어제 총선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께서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입장 발표 내용에서 현재의 의정 대치 상황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는 점은 안타까웠다"며 "현재 상황이 단순히 의료 개혁을 언급하고 합리적 의견에 더 귀 기울이겠다는 단순한 표현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은 대통령이고 생각한다"며 "의대 정원 증원을 멈추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구에서 새로 논의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꿔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의대 교수들도 윤 대통령의 발언에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최창민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장(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아직 공식 입장을 준비하진 않았지만, 정부가 (사실상) 아무 입장이 없는 것이라 뭐라 할 말이 없다"며 "조금 더 명확한 이야기를 하길 원했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17일 제8차 성명서를 내고 "전의교협은 목전에 닥친 의료 붕괴의 상황에서 정부에 의료계와의 신속한 대화를 촉구한다"며 의료계의 단일안은 처음부터 변함없이 의대 증원원점 재검토였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이 필수의료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필수의료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공적 자원인 의료를 국가가 책임지지 않고 사적 영역에 방치했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의사들이 수가, 진료 수입에 얽매이지 않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전에 의사 증원을 논의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사직 전공의들도 의대 증원 정책이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단 비대위원장과 이혜주 전 정책이사는 17일 세계의사회(WMA) 산하 젊은 의사 네트워크(JDN) 주최 행사에 참석해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을 비판했다.

흉부외과 3년 차 전공의였다가 사직한 이 전 정책이사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과 지불제도 개편 조치는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고 상황을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린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수년간 근본적인 문제 개선을 요구하는 우리의 요구를 무시했고, 단순히 의대 정원을 늘리는 정책을 내놨다"며 "이에 의사는 파업할 수 없지만, 우리는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도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 빌딩에서 '사직한 전공의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전공의 150인에 대한 서면 및 대면 인터뷰 정성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증원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그는 "사직 전공의들은 가혹한 수련 환경과 부당한 정부 정책으로부터 '병원'을 떠난 것이지 '환자' 곁을 떠나고자 한 것이 아니다"며 "더는 우리 의료 체계가,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회복 불능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논의 해달라"고 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