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고?"…처칠이 대노한 초상화 습작, 경매 예상가 10억 이상

원본은 부인에 의해 불태워져
'권위 훼손하려는 음모' 생각까지

윈스턴 처칠(1874~1965) 전 영국 총리가 질색해 불태워진 것으로 유명한 초상화의 남은 습작이 경매에 나온다.

윈스턴 처칠의 초상화 습작. [이미지출처=소더비]

16일(현지시간) 일단 더타임스 등 외신들은 영국 화가 그레이엄 서덜랜드가 그린 처칠의 초상화 습작이 오는 6월 6일 소더비 경매에 부쳐진다. 영국 의회는 1954년 11월 처칠 총리의 팔순을 앞두고 당대의 유명 화가 서덜랜드에게 초상화를 의뢰했다. 처칠은 완성된 초상화를 보고 질색한 나머지 의회에서 열린 제막식까지 참석하지 못할 뻔했다고 전해진다.

처칠은 당시 서덜랜드에게 자신을 천사처럼 그릴 것인지, 불도그처럼 그릴 것인지 물었다. 서덜랜드는 처칠이 무엇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칠은 작업 중간에 작품을 보여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러다 나중에 완성작을 보고는 "끔찍하고 악의적"이라고 분노를 터뜨렸다. 자신의 권위를 훼손하려는 음모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윈스턴 처칠의 초상화 습작.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처칠은 자신을 노쇠하고 우울한 모습으로 그린 이 초상화를 두고 "현대미술의 놀라운 예"라고 비꼬기도 했다. 보수당 고위 인사들은 멋쩍게 웃었다. 결국 초상화는 영국 의사당에 걸리지 못하고 그의 자택으로 옮겨져 지하실에 처박혔다. 그 뒤 1년여가 지나 부인 클레멘타인 여사의 지시에 따라 처칠의 개인 비서가 이 초상화를 불태웠다고 알려졌다. 서덜랜드는 이를 "반달리즘(문화예술 파괴) 행위"라고 비판했다.

당시 서덜랜드는 초상화 제작을 의뢰받고 처칠의 저택에서 몇 개월간 작업하는 동안 최종 작품을 위한 스케치와 유화 연습 작품을 여러 점 그렸다. 이번 경매에 출품되는 습작은 이 가운데 하나다. 이 습작은 서덜랜드가 미술상 엘프리드 헥트에게 준 것이다. 헥트가 이를 소장했다가 현재 소유주에게 물려줬다.

이 습작은 이날부터 21일까지 코츠월드 블레넘궁 내 처칠이 태어난 방에서 전시된 뒤 5월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소더비 뉴욕에서 일반 공개된다. 그런 다음 소더비 런던에서 전시됐다가 경매에 나온다. 안드레 즐라팅거 소더비 영국·아일랜드 현대미술국장은 "이 작품이 완성작보다 처칠이 비치길 바랐던 덜 근엄하고 더 부드러운 면모를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소더비는 이 작품이 50만~80만 파운드(약 8억7000만~14억원)에 낙찰될 것으로 내다봤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