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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대학병원 규모 줄이겠다는 정부… 의료계 "재정 면에서 현실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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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에 수가 3~4배 올려야, 현실성 떨어져"
"급진적 변화 아닌 점진적 의료 개혁 필요"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의 진료행위 등 규모를 줄이고 전문의 위주로 운영하겠다는 방향성을 견지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에서 재정 등이 고려되지 않은 비현실적 방안이라 지적이 나왔다.


지난 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와 보호자가 대화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와 보호자가 대화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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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지 9주 차에 접어들면서 대학병원들은 매일 수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 이상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전공의 사직 사태 발생 직후인 올해 2월 마지막 2주부터 지난달까지 전공의의 수련병원 50곳의 수입이 약 4238억원 줄었다. 이에 '빅5' 병원 가운데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연세의료원), 서울대병원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는 등 상급 종합병원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향후 필수의료 분야 수가 대폭 인상을 통해 전문의 중심의 중증과 응급 환자 위주 진료 등 의료행위가 축소되더라도 상급 종합병원들이 적자를 보지 않게 하겠단 입장이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 12일 'The 15th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4'(KHC 2024)에서 열린 '한국의료 이대로 주저앉는가, 의료개혁 대토론'에서 "전문의 중심 병원은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드는데, 현 대학병원의 의료행위나 병상 규모 유지로는 수익을 내면서 전문의 중심으로 가기는 어렵다"며 "병원마다 편차가 있지만 50% 정도는 경증 외래환자를 보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이를 재구조화해 인력을 전문의 중심으로 가고 의료 행위량도 줄이는 등 병원의 재구조화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중증 등 필수적인 분야에 수가를 대폭 인상해 병원이 환자를 많이 보지 않아도 운영이 가능하게 만드는 작업을 정책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그렇게 하다 보면 불필요하게 경증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 남아있는 부분들을 의료기관들이 자발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재정 면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접근법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에 있어 위협적인 요소라는 것"이라며 "현재 의료전달체계에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지금까지 상급종합병원이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던 것은 현실적으로 지금의 경영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이 의료 행위를 줄인다는 것은 결국 매출 감소를 뜻한다.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변화가 오히려 우리 의료의 미래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도 "적은 의료행위만으로 큰 병원 운영이 되려면 건강보험 수가를 대폭 올려야 한다. 1977년 대비 물가는 30배 가까이 올랐는데 수가는 8배 정도밖에 오르지 않았다. 일시에 수가를 3~4배 올려야 하는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이미 커져 버린 민간 병원의 규모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주장과 비의사 직종의 감축 등 인력적인 부분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정 교수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규모뿐 아니라 이미 허가와 투자 단계가 완료된 증설 예상인 병상 등에 대한 것을 정부가 물리긴 어려울 것"이라며 "대형병원 의료 공급의 감축은 고용 및 경제적인 부가가치의 축소라는 의미도 있다. 이런 부분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급진적인 변화가 아닌 점진적인 의료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우 원장은 "결국은 현실성과 돈 문제다. 재정적인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재정 확보 방안과 환자 1인당 의료인력 수를 늘리는 시스템 등을 고려하는 등 차근차근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도 "한 번에 모든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건강 보험료율의 인상과 예산 투자 등 동반되는 비용 증가 등을 고려해 점진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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