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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다이어리] 실검 장악한 옐런의 '요리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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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엿새간(4월 4~6일) 방중 일정 가운데 언론과 대중이 가장 주목한 것은 그의 '요리 외교(烹?外交)'다. 옐런 장관이 직접 음식을 차려낸 것은 아니지만, 중국에서는 먹거리를 매개로 교류하거나 메시지를 던지는 것을 두고 통상 요리 외교라 부른다. 앞서 중국을 찾았던 지난해 7월과 비교해 그의 더 나아진 젓가락질과 깊어진 중국 음식에 대한 조예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며 꽤 오랜 시간 회자됐다.


현지에서는 이번 방중이 '미식 여행'이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방중 첫날 광저우에 도착한 옐런 장관은 미쉐린 딤섬 맛집으로 알려진 타오타오쥐에서 새우 교자와 홍미창펀, 목이버섯 볶음 등을 먹었다. 그는 이곳에서 식당 측이 조치해둔 칸막이를 열어달라고 요청하는 등 광저우 시민들과 어울리는 분위기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일행이 시킨 메뉴와 인원을 계산하면 인당 130위안(약 2만4700원) 정도의 가성비 높은 식사였을 것이라는 추측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돌았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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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 사이에서 '음식의 사막'으로 불리는 베이징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쓰촨요리집인 라오촨반의 개방된 식탁에 앉아 시금치 볶음, 삶은 쇠고기, 콩 볶음, 마파두부, 단단몐 등을 메뉴로 골랐다. 라오촨반은 12개의 메뉴를 모아 '옐런 세트 메뉴'를 만들어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중국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싼리툰 소재 수제 맥주 전문점(京A)에서 '페이취안(飛拳·펀치)'이라는 이름의 인디아 페일 에일(IPA) 맥주를 마셨다. 맥주를 한 모금 마신 뒤 고개를 여러 번 끄덕이며 "훌륭하다"는 품평도 내놨다고 한다.


중국 현지 언론인 샹관뉴스는 "옐런 장관의 젓가락질 솜씨가 지난해보다 좋아졌고, 음식 주문 방법을 비롯한 세부 경험이 더욱 풍부해져서 온라인상에서 감동을 줬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가 의도적으로 노출된 식당을 찾는 이유에 대해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 궤도에 올리기 위해 요리 외교를 사용하려는 의도라는 평가도 있다"면서 "정치적, 경제적으로 무거운 주제와 첨예한 갈등·마찰을 피할 수 없을 때 '요리'에 담긴 문화적 요소가 양국 관계에 윤활유가 될 수 있다"라고도 설명했다.


언론들은 옐런 장관이 지난해보다 방중 일정을 이틀 늘리고, 베이징과 광저우를 다니며 관료뿐 아니라 민간인들과의 접점을 확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첫 방문지 광저우는 중국 전기차의 첨병이고, 서방 문화를 살린 번화가인 싼리툰에서 맥주를 마신 것 역시 중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로서의 선택이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게다가 옐런이 맥주를 들이켠 징A 맥줏집은 미국인이 공동으로 설립한 곳이고, 그가 마신 페이취안은 미국 홉으로 제조됐다. 글로벌 곡물 시장 큰손인 중국이 최근 미국의 대두, 옥수수, 밀 수입을 줄이고 있는 와중인 탓에 옐런의 맥주 한 잔은 여러 해석을 낳았다.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먹고 마신 일정은 한국 입장에서 크게 의미 없는 정보일 수 있다. 하지만 구태여 기사화하는 것은, 중국이 그의 일정과 메뉴를 궁금해하며 일거수일투족을 기록으로 남겨놓고 그 이면의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수년의 기억을 뒤져봐도, 최근 중국을 찾아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았던 한국 인사는 떠오르지 않는다. 중국이 한국의 행간에 관심을 거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물밑 접촉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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