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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스터' 이병헌 악행 현실됐다…"수익률 60%" 치아코인의 진실[경제범죄24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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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등친 코인 사기 일당들
생소한 ‘치아코인’ 채굴기 사업 투자자 모집
수사 중에도 피해 회복 미끼로 피해자 회유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에 투자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특히 가상화폐(코인)를 비롯해 최근 관심을 받기 시작한 신규 종목이라면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선한 인상으로 다가와 구체적인 설명을 늘어놓으면 깜빡 속아 넘어가기 십상이다. 얼마 전에 은퇴하고 퇴직금 투자처를 찾던 60대 남성 정씨가 그랬다.

영화 '마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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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가 코인 채굴 사업에 2000만원을 넘게 투자한 것은 2022년 상반기. 지인을 따라간 한 사업설명회에서 ‘치아코인’을 처음 알게 됐다. 그곳에서 정씨는 치아코인 채굴 사업에 투자하면 원금은 물론 매달 60%의 수익률이 보장된다는 설명을 듣고 마음이 동했다. 일당들의 사업계획서를 꼼꼼히 살펴보니 ‘이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정씨는 퇴직금 중 일부를 이 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윤모씨가 박모씨, 최모씨와 함께 가짜 코인 채굴업체를 차린 것은 2021년으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치아코인’을 캐낼 수 있는 채굴기를 판매한다며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투자금으로 채굴기를 위탁·관리해 코인을 채굴한 뒤 연금처럼 수익을 주겠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었다. 이들은 2022년 1월부터 6월까지 전국 각지에서 사업설명회를 열어 피해자 4500여명으로부터 300억원 상당(추정금액)을 투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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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일당은 특히 코인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60대 이상들을 범행의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 또한 실제로 장비를 설치해 채굴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수사기관에 사업의 정당성을 설명해 법적 처벌을 피하고, 투자자들을 현혹하기 위한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 철저히 계획된 범죄였다.


투자자들의 피해 신고를 접수했던 당시 제대로 된 수사를 진행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코인과 관련된 범죄에 대한 법리적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데다가 실제로 채굴이 이뤄졌던 탓에 정당한 사업으로 비춰져서다. 하지만 서울 도봉경찰서에 사건이 접수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코인에 대한 배경지식을 갖추고 있던 당시 수사과 지능팀 김성훈 경감(현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 소속)은 이들 일당의 전자지갑 주소를 확보해 실제 채굴한 내역을 확인했다. 그 결과 투자금에 비해 터무니없는 양임을 파악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그럼에도 수사에는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았다. 이들 일당이 변호사를 고용해 피해자 단체에 접근해 피해 회복을 약속하는 등 피해자들의 진술 확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다른 업체를 만들어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약속하기도 했다. 사기 범죄의 경우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의 법적 처벌보다 자신들의 피해 회복을 우선시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영화 ‘마스터’에서 진회장(이병헌 분)이 피해자 단체에 변호사를 심어 수사에 혼선을 주는 장면이 현실에서도 일어난 셈이다. 결국 경찰이 파악한 최종 피해 금액은 실제 피해 금액의 20분의 1 수준인 16억원에 불과했다. 그나마 경찰이 36억원가량의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해 이 가운데 32억여원이 환수됐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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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지난해 6월 천신만고 끝에 일당 10명에 대해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구속된 인원은 윤씨를 비롯해 3명에 불과했다. 법원은 나머지 7명에 대해서는 범죄 가담 정도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구속된 3명과 불구속 상태의 7명을 각각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 역시 같은 해 7월6일 이들을 따로 기소했고, 현재 서울북부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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