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포 걸친 유림, 국회서 김준혁 규탄…"낯 뜨겁게 퇴계 욕보여"

안동 유림사회, 국회 앞 규탄 기자회견
"안동이 고향인 이재명 대표도 사과하라"

"김준혁 후보의 망언을 엄중히 규탄하며, 동시에 즉시 잘못에 대해 깊이 사죄하고 국회의원 후보에서 사퇴함은 물론 당 차원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4·10 총선 본투표 하루 전인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앞에 도포를 걸친 노인들이 모였다. 유교문화선양회를 비롯한 안동 유림단체 대표 등 50여 명은 기자회견을 열며 김 후보를 비판했다.

김준혁 후보 사퇴 촉구하는 안동 유림들 [사진출처=연합뉴스]

연합뉴스 등을 종합하면, 선양회는 "책 내용이 단순히 일회성으로 흥미로운 역사 인물 이야기 정도에 그쳤다면 이해해 보려고 했겠지만, 김 후보는 정도(正道)를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서 있지도 않은 사실로 낯 뜨겁게 선현을 욕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조 전문 교수를 자처하는 사람이, 정조대왕이 얼마나 퇴계 선생을 존모(尊慕·존경하고 그리다)했는지 모르지 않을 텐데 이런 망발을 기탄없이 그리고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것에 퇴계 선생 종손과 민주시민은 규탄을 금치 못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이런 후보의 망언을 엄중히 규탄하며, 동시에 즉시 잘못에 대해 깊이 사죄하고 국회의원 후보에서 사퇴함은 물론 당 차원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재업 안동유교선양회 회장은 "김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면 안동 유림은 계속 투쟁할 것"이라며 "안동인으로서 김 후보를 공천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사과하고 김 후보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안동에서 올라온 퇴계 이황의 후손인 진성 이씨 14대손 이정원씨는 "만약 김 후보가 당선된다 해도 안동 유림사회는 계속해서 투쟁할 것"이라며 "안동이 고향인 이재명 대표도 안동인으로서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민주당 중앙당사로 이동해 항의를 이어갔다.

안동 유림단체 대표자들이 9일 오후 국회 앞에서 퇴계 이황 선생에 대해 '성관계 지존' 등의 표현을 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 수원정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앞서 김 후보는 2022년 2월 출간한 '변방의 역사 제2권'에서 퇴계 이황 선생에 대해 '성관계 방면의 지존이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같은 표현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도산서원 원장 김병일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 일동'은 지난 8일 긴급 시국 성명서를 내고 "김 후보는 즉시 주장의 근거를 소상히 밝히기를 바란다"며 "근거 없는 황당한 주장은 퇴계 이황 선생을 근거 없이 모독하는 있을 수 없는 언어폭력"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후보는 이외에도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일본군 위안부 성관계 가능성과 이대생 미군 성상납 발언을 해 여성단체로부터 후보직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이를 두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8일 김 후보 과거 발언을 옹호하는 영상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며 "역사적 진실에 눈감지 말아야"라고 적었다가 1시간 만에 글을 삭제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