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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우주항공청 개청 조급증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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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우주항공청 개청 조급증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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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자를 오는 5월10일에 발표한다는데, 5월27일까지 출근하라고 하는 게 가능한가요?"


최근 경남 사천시청에서 열린 우주항공청 임기제 직원 채용설명회에서 참석자가 던진 질문이다. 민간기업이나 연구소에 근무 중인 이들이라면 단 17일 만에 신변을 정리해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음을 잘 안다. 연구자라면 진행 중이던 연구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시간도 없이 서둘러 쫓기듯 우주항공청이 소재한 사천으로 향해야 한다. 18일부터 시작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우주항공청 임기제 직원 모집 합격자 중 상당수가 개청일인 5월27일부터 정상적으로 근무를 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비록 50명의 인원이지만 우주항공청이 첫발을 내딛는 데 함께할 인력이 모두 모여 새 출발을 각오하기 어려울 것도 분명하다. 설명회에 참석한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참석자의 질문에 "이직의 과정을 고려해 우주항공청 개청 이후 출근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역설적으로 우주항공청이 제대로 된 진용을 갖추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임을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

핵심 인력 모집도 고민거리다. 우주항공청의 핵심 보직인 1급 임무본부장의 보수는 대통령급인 2억5000만원 수준으로 결정됐다. 이 정도로 충분할까. 민간기업이었다면 조직의 장이 우수한 직원보다 월등히 적은 급여를 받는 일도 흔하다. 대통령 수준의 급여가 아니라 그 이상의 급여를 주고서라도 스카우트를 해야 하지만 우리는 대통령 보수라는 심리적인 한계가 설정됐다. 임무본부장보다 낮은 직급이라도 필요하면 파격적인 대우로 영입해야겠지만 이 역시 보상적인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만약 해외에서 근무하는 이들을 유치하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그들에게 가족까지 모두 함께 한국에서 살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가족과 떨어져 지낼 수 있는 금전적 지원이 필요하다.


민간 우주개발 시대인 ‘뉴스페이스’는 미 우주항공국(NASA)이 주도하던 시대와는 다르다. 우리가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면 스페이스X와 경쟁해 더 뛰어난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더욱 큰 파격이 필요하다.


사람이 소프트웨어라면, 하드웨어 격인 청사 준비도 늦어졌다. 과기정통부가 우주항공청 임시 청사 우선협상 대상을 결정한 게 지난달 7일이다. 당초 설명과 달리 우주항공청은 임시청사 우선협상 대상과 한 달이 지나도록 정식 계약을 맺지 못했다. 과기정통부는 계약이 늦어진 만큼 우주항공청 입주를 위한 공사를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통해 신속하게 마무리한다는 입장이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빠듯하다. 우주항공청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등 하부조직과의 관계 설정도 해야 한다. 예산을 책임질 기획재정부는 물론 국회와도 밀접하게 움직여야 한다. 풀어야 할 실타래가 산적하다.

우주항공청 개청일이 다가올수록 국민적인 관심과 정치권, 산업계의 기대도 커질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우주항공청이 들어설 경남 사천을 방문해 2045년까지 우주시장 점유율 10%를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다. 기대는 커지는데 우주 분야의 성과는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다. 심지어 우주 분야는 리스크 요인도 많다.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조급할 필요는 없다. 기다림과 인내가 대한민국 우주항공청 성공에 필요한 조건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백종민 산업IT부 과학팀 부장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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