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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망신 되풀이한 北김정은…"재발사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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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정찰위성 곧 우주로 진입해 임무수행"
김정은 집권 초 광명성 3호 실패 때와 판박이
정치적 부담 가중…재발사 밀어붙일 가능성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정찰위성 재발사'의 성공을 확언하고 나섰지만, 조기 재발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올 연말 정찰위성을 쏘아 올릴 우리보다 먼저 성과를 내겠다는 속내로 보이지만, 11년 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 초기 '광명성 3호'의 실패처럼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악수(惡手)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부부장은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그 누구도 위성 발사에 대한 우리의 주권적 권리를 부정할 수 없다' 제하의 담화에서 "우리의 위성 발사가 굳이 규탄을 받아야 한다면 미국부터 시작하여 이미 수천 개의 위성을 쏘아 올린 나라들이 모두 규탄을 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그야말로 자가당착의 궤변"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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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금 이 시각도 조선반도 상공에 숱한 정찰위성들과 고고도무인정찰기 등 형형색색의 정찰자산들을 꽉 채워놓고 눈이 빠지도록 우리의 일거일동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는 미국이 우리의 군사 정찰위성 발사를 걸고드는 것이야말로 적반하장"이라며 "확언하건대 군사 정찰위성은 머지않아 우주궤도에 정확히 진입하여 임무수행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강변했다. 김여정의 이번 담화는 위성 발사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그것이 '자위적 권리'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전날 군사 정찰위성이라 주장한 우주발사체 '만리경 1호'를 탑재한 로켓 '천리마 1형'을 발사했지만,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다. 북한은 2021년 1월부터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정찰위성 발사를 준비해 왔다. 북한이 과시해온 핵·미사일 '선제공격'을 위해서도 상대방의 공격 징후를 사전에 포착할 정찰위성은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과제였다. 2년 반 동안 심혈을 기울인 김정은의 '1호 지시사업'이지만, 단단히 체면을 구긴 셈이다.


北, 성과 몰두하다 국제적 망신…재발사 부담 가중
북한이 지난달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을 1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을 1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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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실패는 2012년 4월 '광명성 3호' 실패 때와 판박이다. 당시 집권 초기였던 김 위원장은 내부 결속은 물론 김일성 주석의 100번째 생일을 앞두고 군사적 성과가 절실했다. 그러나 기술적 완결보다 치적을 쌓는 것에 몰두하면서 위성 발사에 실패했다. 이번에도 북한 지도부는 남한보다 먼저 정찰위성을 쏴야 한다는 압박과 함께 이달 중 열릴 당 전원회의, 다음 달 27일 전승절 70주년을 앞두고 성과를 만드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누리호 발사 성공에 자극을 받아 막판 준비과정까지 대폭 단축하는 등 조급한 모습을 보였다고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위성 발사' 실패로 정치적 부담이 가중된 만큼 조기 재발사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은의 책임을 묻는 일은 없겠지만, '수령은 반드시 옳다'는 무오류성에 흠집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북한은 대외적으로 실패를 인정했을 뿐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 등 대내 매체에선 우주발사체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한미 정상회담이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 대외적 선전 성과를 최고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주요 계기가 많았는데, 이런 기회들을 전부 놓쳤다는 점에서도 애초부터 준비가 부족했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다만 김여정까지 나서 '정찰위성'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만큼 위성 발사 통보기간인 이달 11일 전 재발사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보 관계자는 "김정은의 실망이 큰 만큼 이를 만회하려 6월 안에 다시 발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결함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려면 수개월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이달 중 재발사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실전 확인도 없이 무기를 배치하고 미사일 개발을 '될 때까지' 식으로 몰아붙인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이른 시점에 (실패를 감수하고) 재발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한편, 우리 군 당국은 전날 북한의 발사체가 서해에 추락한 지 1시간 만에 잔해물을 건져 올려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분석을 마치면 추진체 엔진의 성능과 외국 부품 사용 여부, 기술 수준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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