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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혼외자 출생신고 생모만 허용한 건 위헌"… "법 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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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적용 헌법불합치 결정

혼인 중인 여성이 남편이 아닌 남성과의 사이에서 출생한 혼외자의 출생신고를 생모만 할 수 있도록 정한 가족관계등록법 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다만 헌재는 단순 위헌 결정을 내렸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2025년 5월을 시한으로 법이 개정될 때까지 법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유지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사진=최석진 기자]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사진=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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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혼인 중인 여성의 혼외 관계에서 태어난 혼외자와 혼외자의 생부들이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최근 혼외자의 출생신고를 생모가 하도록 한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2항과 생부의 출생신고를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한 같은 법 제57조 1·2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다만 헌재는 생부들의 청구는 재판관 8(기각)대 1(인용)의 의견으로 기각했다.


넓은 의미에서의 위헌 결정의 일종인 헌법불합치 결정은 헌재가 법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조항을 즉각 무효로 만들었을 때 초래될 혼선을 막고 국회가 대체 입법을 할 수 있도록 당분간 법조항의 효력을 유지시키는 결정이다. 이번 사건에서 헌재가 정한 법 개정 시한은 2025년 5월 31일이다.


먼저 헌재는 이번 결정을 통해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자 자유권·사회권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 독자적 기본권임을 밝혔다.

헌재는 "출생신고는 사람의 출생과 관련된 사실을 공적 장부인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이다"라며 "출생등록은 개인의 인격을 발현하는 첫 단계이자 인격을 형성해 나아가는 전제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이 되지 않는다면,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아동으로서는 이러한 관계 형성의 기회가 완전히 박탈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는 출생 후 아동이 보호를 받을 수 있을 최대한 빠른 시점에 아동의 출생과 관련된 기본적인 정보를 국가가 관리할 수 있도록 등록할 권리로서, 아동이 사람으로서 인격을 자유로이 발현하고, 부모와 가족 등의 보호 하에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 같은 권리의 근거를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규정한 헌법 제34조 1항, 가족생활의 보장에 관한 헌법 제36조 1항 등에서 찾았다.


헌재는 문제가 된 조항들에 대해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넘어서서 실효적으로 출생등록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혼인 중 여자와 남편 아닌 남자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에 해당하는 혼인 외 출생자인 청구인들의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현행법 조항에 따르면 혼외자는 일단 생모와 혼인관계에 있는 모의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이 되기 때문에 생부가 곧바로 인지의 효력이 있는 친생자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데, 생모 역시 아직 혼인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편이 자신의 불륜관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신고의무를 이행할 가능성이 적다고 봤다. 검사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일정한 조건 하에서 출생신고를 할 수는 있지만 이는 의무가 아니어서 혼외자의 보호에 충분하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헌재는 해당 조항들이 생부의 평등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봤다. 출산 자체로 혈연관계가 인정될 수 있는 생모와 달리 생부는 출생자와의 혈연관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할 수 있고, 출생사실 자체를 모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생모와 차별을 둔 합리적인 사유가 인정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선애 재판관은 문제의 조항들이 생부인 청구인들의 가족생활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기 때문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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